‘M&A의 그림자’ 글로벌 대기업 과점 심화, R&D 둔화시켜 경제 성장 암초로

입력 2021-05-16 16:16 수정 2021-05-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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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상위 3개사 매출, 25년 만에 2.7배 늘어
성장률, 그 이하 기업들보다 30%포인트 높아
2016~20년 5년간 전 세계 M&A 규모 사상 첫 20조 달러 넘어
R&D 비용 증가세는 2010년대 이후 계속 둔화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대기업의 과점이 더 심화하고 있다. 장기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배경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경쟁기업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더 공격적으로 펼친 영향이다.

이런 과점화로 경쟁이 줄고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해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암초를 만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6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진단했다.

닛케이는 미국과 일본, 유럽의 76개 업종 9000개사(금융 제외)를 조사했다. 각 업종에서 상위 3개사는 25년간 매출이 2.7배 늘었다. 이는 4위 이하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보다 30%포인트 높은 것이다.

과점을 촉발한 것이 바로 M&A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어니스트 류 교수는 “통화정책 완화와 그에 따른 금리 하락이 상위 기업들에 더 큰 혜택을 주고 있다”며 “M&A 등을 통한 과점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전 세계 M&A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20조 달러(약 2경2590조 원)를 넘었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실리콘밸리 거인들이다. 애플은 2019년 인텔의 스마트폰 반도체 사업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과 메신저 왓츠앱을 손에 넣으면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

다른 업종도 과점화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과점이 진행될수록 높아지기 쉽다고 여겨지는 기업의 매출 총이익률이 다양한 업종에서 지난 4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며 “IT는 물론 헬스케어와 소비자 대상 서비스 업종도 총이익률이 크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올해 1월 미국 최대 보석 유통업체 티파니 인수 효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를 크게 웃돌았다.

1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월마트는 2018년 인도 대형 인터넷 쇼핑몰 플립카트를 인수한 것이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런 과점화가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면서 궁극적으로 잠재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세계 상장사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을 5년마다 집계해 그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2010년대 이후 둔화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2016~20년 R&D 비용 증가율은 약 20%로, 2006~10년(5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IMF는 3월 보고서에서 “리더 기업이 M&A에서 점하는 우위가 커지면 경쟁사들이 의욕을 상실해 R&D가 억제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실제로 IMF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2019년에 1.4%, 199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어니스트 류 교수는 “성장률 둔화 배경에는 인구 증가율 하락과 설비 투자 등의 파급 효과가 적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영향 등이 있다”며 “과점에 의한 혁신의 정체도 성장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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