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임 막히자 ‘고문직’ 신설⋯2억 챙기고 다시 이사장 됐다 [신협, 그들만의 왕국 ①]

입력 2026-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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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은 전국 800여 개 지역조합을 거느린 대표 상호금융기관이다. ‘조합원이 주인’을 표방하지만, 이사장의 장기 재임과 반복되는 금융사고, 내부통제 논란은 신협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본지는 법원 판결문과 전국 신협 조합 전수조사 결과, 제재 공시 등을 분석하고 현직 직원과 전문가들을 심층 취재했다. 고문제도·상임임원 운영 실태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왕국’을 떠받쳐 온 신협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구조적 허점을 짚어본다.

퇴임 두 달 전 ‘고문제도’ 도입⋯자격 충족자는 이사장 유일
고문료 2억·차량·사무공간 등 제공⋯골프 레슨 계약도 포함
“편법 장기재임, 비위 정도 중하다” 법원 판단에도 이사장 복귀

한 신용협동조합(신협) 이사장이 연임 제한 규정을 피하려고 자신을 위한 '고문' 제도를 신설해 수억원의 보수를 챙긴 뒤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이 "금융기관 임원으로서 비위 정도가 무겁다"며 철퇴를 내렸지만, 해당 이사장은 현재도 버젓이 직을 유지하고 있어 현행법상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신협중앙회는 한 지역 신협 이사장 A씨가 재직 시절 도입한 고문제도에 대해 2022년부터 검사를 진행한 끝에 이해충돌 회피 의무 위반으로 판단하고 2024년 1월 직무정지 3개월의 제재 조치를 최종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제재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은 11년 넘게 조합을 이끈 A씨가 연임 제한으로 임기 만료를 두 달여 앞둔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당 신협은 정기이사회를 열어 고문제도를 전격 신설했다. 고문 자격은 ‘조합 임원 경력 10년 이상, 상임이사장 및 상임임원 경력 8년 이상이며 조합 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자’로 규정됐는데, 당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조합 내에서 A씨가 유일했다.

이사장에서 물러나자마자 곧바로 고문 자리를 꿰찬 A씨가 3년여 동안 챙긴 보수는 2억186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업무추진비와 업무용 차량, 전용 사무공간이 별도로 제공됐다. 심지어 고문 계약서에는 신협의 본연 업무와 무관한 골프연습장 관리 및 조합원 대상 무료 골프 레슨까지 포함됐다. 직함만 내려놓았을 뿐 사실상 이사장 시절의 혜택을 그대로 누린 셈이다.

법원은 A씨가 자격 요건을 셀프로 맞춰 고문제도를 도입한 뒤, 안건 상정과 의결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장 연임 제한 규정 회피를 통한 편법 장기재임은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도 이를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A씨가 도입한 고문제도 역시 편법 장기재임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비위 정도가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협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금융업을 하는 준(準)금융기관인 만큼 경영진에게 고도의 윤리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신용협동조합법(신협법)은 조합 이사장의 연속 재임을 두 차례로 제한한다. 이사장 임기가 4년인 만큼, 한 사람이 최장 12년까지 이사장을 맡을 수 있다. 다만 한 차례 임기를 건너뛰면 다시 이사장으로 선임이 가능하다. 고문 등 다른 직책을 거쳐 복귀하면 또 12년간 이사장직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A씨는 올해 3월 해당 조합의 이사장으로 보란 듯이 복귀했다. 공교롭게도 항소심 재판부는 4월 "중앙회의 직무정지 3개월 제재는 합당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지만, A씨는 현재도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사법부가 편법 장기재임 수단이라고 명백히 낙인을 찍었음에도, 이미 당선된 이사장의 권한을 강제로 박탈하거나 진입을 막을 법적 제동 장치는 전혀 작동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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