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 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지주의’를 제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이날 “시민권은 당시에도 지금도 우리나라의 정치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를 의미한다”며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의 초안 작성자들은 이 땅에서 자유롭게 태어난 모든 사람을 그 약속의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는 오늘 그 약속을 지킨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원칙적으로 시민권을 가진다는 헌법 해석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재판부는 보수 성향 대법관 3명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을 포함한 총 6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렸다. 다만 헌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결을 내린 대법관은 5명이었다. 가장 보수 성향의 대법관 3명은 반대 입장을 취했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취임 첫날 발표한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라도 부모가 불법 체류 중이거나 비자에 의한 일시 체류인 경우에는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하급심이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그리고 그 사법권 아래 있는 자는 미국 시민이다”고 규정한 수정 헌법 제14조에 위배된다고 판결하면서 이 명령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 행정명령은 이민자 부모를 둔 미국 태생 자녀가 시민권을 갖는다는 점을 확인한 1898년 대법원 판결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간주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수정 헌법 제14조에 명시된 시민권 관련 조항이 1세기 이상 오해돼 왔다고 주장했다. 제14조 초안 작성자들의 주된 목적은 전 노예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보장하는 것이었으며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지 않는 사람의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자녀의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출산 관광을 막기 위해서는 출생지주의의 적용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통해 이번 판결에 대해 “우리나라에 있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이와 별도로 법을 위반하는 출산 관광 체계를 단속할 방침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