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영구정지 29개월 고리 1호기···원전 해체 산업의 사관학교를 꿈꾸다

입력 2019-10-30 15:00 수정 2019-10-3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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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고리 1호기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21번째 원전 보유국으로 만들어줬던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 18일 0시 영구정지했다. 1978년 상업 운전을 시작, 40년간 1560억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한 한국 원전 역사의 시작점이 멈춘 것. 그러나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로 끝을 맺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원전 해체 산업의 미래를 여는 또 다른 시작이다.

29일 오송역에서 울산역까지 SRT로 1시간 30분, 울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 1호기에 도착했다.

전력 생산을 멈춘 지 29개월가량 지났지만 고리 1호기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체 작업이 한창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원래 모습 그대로였다. 해체를 시작하기 전에 원자로에서 뺀 사용후핵연료를 5년간 물속에서 냉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습식)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습식)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발전소 내부는 사전 출입신청과 고리본부 정문에서 신분 확인, 지문 등록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도 반입도 금지였다. 국가보안 시설이기 때문에 가동하지 않더라도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터빈룸으로 들어가자 2년 전까지 증기의 힘으로 돌아갔던 터빈이 있었고, 각종 배관과 설비들은 마치 언제라도 다시 운전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듯 깔끔한 상태를 보였다. 다만 터빈이 돌아가는 소음이 적지 않았다. 의문스러웠다. 분명히 가동 중지 상태일 텐데.

안내를 맡은 권양택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기계 소리는 고리 2호기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로 1호기 터빈은 완전히 멈췄다”며 “고리 1∼2호기는 터빈실 건물이 서로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제어실(MCRㆍMain Control Room)로 자리를 옮겼다. 주제어실은 이른바 원전의 두뇌로 발전소 운전원들이 근무하는 곳이다. 운전을 멈췄기에 원전의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어판에 표시된 원자로 출력은 0을 나타내고 있었다.

현재 발전소는 정지된 상태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냉각설비, 전력설비, 방사선 감시설비 등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어 운전원들도 주제어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정상 운전일 때는 각 조에 10명씩 6개조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했는데, 지금은 5명이 한 조로, 5개조가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원전 가동을 하진 않지만, 현재 보관 중인 485다발의 폐연료봉 관리 등을 맡고 있다.

현재 고리 1호기는 해체만을 남겨둔 상태다. 한수원은 해체사업을 총괄하며 본격적인 해체를 준비하고 있다.

해체에 최소 15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해체계획서 초안을 작성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6월경 규제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규제기관의 승인 후 이르면 2022년 6월부터 본격적인 해체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해체 작업은 사용후 핵연료 반출, 제염 및 철거, 부지복원 등의 순으로 이뤄진다.

해체 작업이 완료되면 발전소 부지에 대한 안전성을 조사하고, 규제기관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부지를 개방하게 된다. 개방된 부지는 녹지로 복원되거나 산업용지 등으로 사용된다.

고리 1호기는 해체되지만, 한수원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권 소장은 “한국 원전의 상징적인 존재인 고리 1호기가 해체된다는 것이 애잔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미래 먹거리인 원전 해체 산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며 “고리 1호기는 한국 원전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 원전 건설의 사관학교에서 원전 해체 산업의 사관학교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1960~1980년대에 건설한 원전의 설계수명이 다함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100년간 해체 시장 규모는 54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고리 1호기에서 나와 차로 5분 정도 이동하니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새울원전본부에 다다랐다. 국내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이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니 수십 대의 크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신고리 5, 6호기의 역동적인 건설 현장이 나타났다. 아파트 24층 높이에 달하는 돔 형태의 격납건물은 회색빛의 콘크리트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고리 5, 6호기는 2016년 6월 착공, 9월 말 기준 약 50%의 공정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각각 2023년 3월과 2024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5호기는 외벽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하고 돔 격납건물철판 조립 공정 중이고, 6호기는 원자로 건물 외벽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장 관계자는 “신고리 5, 6호기는 규모 7.4의 지진에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내진 성능을 갖췄고, 최근 일부 원전에서 발생한 격납건물철판 부식 방지를 위해 내부를 코팅하고 도장을 개선하는 등 명품 원전으로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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