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안전망 ‘반쪽’⋯품목별 보호장치가 먼저” [룰라의 경협청구서]

입력 2026-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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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피해보전금 염소고기만 유일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기대 못미쳐
협상 단계부터 민감품목 지정 필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중동전쟁 등 여파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며 한우와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4월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소고기.(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시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중동전쟁 등 여파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며 한우와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사진은 4월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미국산 소고기.(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뉴시스)

브라질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시장 개방 압력은 커지고 있지만 농가 피해를 막을 안전망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는 최근 10년간 평균 집행률이 37%에 그쳤고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목표액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했다. 피해 발생 이후 보전에 그치지 말고 한·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무역협정(TA) 협상 단계부터 품목별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원 품목으로 염소고기를 선정했다. 조사·분석한 농축산물 105개 품목 가운데 지급 요건을 모두 충족한 품목은 염소고기 하나뿐이었다. 전체 분석 대상의 99%가량이 지원 대상에서 빠진 셈이다.

피해보전직불제는 국내 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고 전체 수입량과 FTA 체결국 수입량이 각각 기준치를 넘어야 발동한다. 세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직불금도 기준가격 대비 국내 가격 하락분의 95% 범위에서 수입기여도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따라서 향후 한·메르코수르 TA 발효로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이 늘고 한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세 요건이 각각 정해진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으면 한우농가는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보전 수준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2024년 한우 피해보전직불금 지급단가는 마리당 5만3119원, 한우 송아지는 10만4450원이었다. 전국한우협회는 지급액이 당시 시세 하락분의 3.5~10.0%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2024년 피해보전직불제의 평균 집행률은 37%, 연평균 지원 품목은 3개에 그쳤다. 제도 시행 기간은 지난 3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30년까지 연장됐다. 다만 이번 개정은 시행 기간을 5년 늘리는 데 그쳐 발동·지급 요건은 바뀌지 않았다.

또 다른 축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조성 실적이 저조하다. 2017년부터 10년간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올해 4월 기준 누적액은 3175억원이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자발적인 출연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농민들에게 1조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다면 정부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부족분 약 7000억원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재원과 지원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두 안전망은 작동 방식과 한계가 다르다. 피해보전직불금은 가격 하락과 수입 증가가 확인된 뒤 발동하는 사후 장치다. 상생기금은 별도의 가격·수입량 요건 없이 농어업·농어촌 지원사업에 활용할 수 있지만 재원이 목표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브라질산 축산물의 수입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검역 역시 가축질병 유입 가능성을 따지는 절차로, 가격 하락이나 수입 급증에 대응하는 수단은 아니다.

이에 따라 피해가 발생한 뒤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상 단계에서 수입 충격을 줄일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감품목의 양허 제외와 저율관세할당(TRQ), 장기 관세철폐, 농산물 세이프가드 등이 대표적이다. TRQ는 일정 물량까지만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농산물 세이프가드는 수입량이 발동 기준을 넘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 농업계 전문가는 “피해보전직불제와 상생기금만으로는 수입이 급증한 뒤 발생하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한·메르코수르 협상에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민감품목으로 다뤄 양허 제외나 TRQ, 농산물 세이프가드 등을 확보하고 농가 경영안정 대책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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