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조동철 ‘금리인하 주장’ 유감

입력 2019-06-03 18:08 수정 2019-06-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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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마치 목욕재계라도 한 듯 말쑥한 모습이었다. 머리엔 물기가 남아 있는 듯했고, 얼굴은 빛났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 5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금통위 회의장으로 입장한 조동철 위원의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잠깐 스친 생각이긴 했지만 돌이켜보니 큰 결심을 앞둔 결연한 의지의 표명이었던 것 같다. 그는 5월 금통위에서 기어코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그가 취임한 후 두 번째 금통위였던 2016년 6월 금리인하가 있었으니, 그가 금리인하를 공식화한 것은 꼭 3년 만이다. 또 그가 소수의견을 낸 것은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에 반대한 후 6개월 만이다. 2016년 4월 21일 그의 금통위원 취임일성은 “살찐 비둘기라 날지 못한다”였다. 하지만 재임 3년을 넘기는 동안 ‘다이어트를 끝낸 비둘기(통화완화론자)’로 맹활약 중인 셈이다.

그의 금리인하 주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조 위원은 지난달 8일 한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강연에서 “장기간에 걸쳐 목표 수준을 큰 폭으로 하회하고 있는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5월 금통위에서 당장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음번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가 7월이라는 점에서 시차가 길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이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연 12회에서 8회로 줄인 2017년부터 올 4월까지를 보면 새롭게 나온 소수의견은 모두 징검다리 월을 지난 7월과 10월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3일 한은이 개최한 국제콘퍼런스 자리에서 잠시 만난 또 다른 금통위원은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다른 의견을 낼 수 있겠나”고 귀띔했다.

어쨌든 그의 이번 소수의견은 말쑥한 차림을 갖춰야 할 만큼이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짐작한다. 아울러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금리인하론자였지만 최소한 박근혜정권 당시 총재를 비아냥하거나 금리인하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거나, 척하면 척이라 하거나, 권언유착을 해댔던 이한구·김무성·최경환·강효상·정찬우·안종범 같은 인물들에 휘둘리지 않았던 하성근 전 금통위원과 같은 줏대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의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못내 아쉽다. 우선 경제 여건이나 인플레가 낮은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금리인하로 물가를 높인다는 생각은 교과서에나 있음직하다. 작금의 국내 상황은 사실상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돈이 시중에서 얼마나 잘 돌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통화승수는 15배 중반대에 머물며, 사실상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 중이다. 반면, 요구불예금 등 당장 인출이 가능한 단기성 자금을 의미하는 협의통화(M1) 잔액은 3월 현재 860조 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다.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다. 돈을 더 풀어 물가를 올리겠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구조개혁은 통화정책으로 펼 수 없다거나, 2011년 한은 맨데이트(mandate·책무)에 ‘금융안정’을 삽입하면서 통화정책이 물가안정보다 금융안정에 치중했다는 그의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금리인상의 다른 말은 구조개혁이다. 그간의 초저금리는 소위 한계기업을 연명시켰다. 그렇잖아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2017년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만으로도 10년 후 성장률은 0%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화정책이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가 최소한 중립금리 수준에 와 있어야 한다. 현재 연 1.75%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금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한은과 금통위의 다수의견이기도 하다.

박근혜정부 시절 2.75%에서 1.25%까지 내린 금리인하가 과연 조 위원 말대로 금융안정에 집중한 통화정책이었는지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 급증에 통화정책의 발이 묶여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간 금융안정을 헌신짝 버리듯 한 결과다.

지금 와서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감독 당국의 미시대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도 무책임하다. 한은은 완화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더 완화적으로 가겠다며 금리인하를 단행했었다. 마치 권리인 양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가계 빚을 늘렸다. 이젠 금리인상이나 최소한 인하를 지연시킴으로써 의무를 다해야 할 때다.

이 밖에도 지금의 경제불안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가 주된 원인이다. 금리인하를 해봐야 수출이 늘지도, 심리가 개선되지도 않는다. 그저 채권시장만 쾌재를 부를 것이다.

kimnh2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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