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25년 전엔 “사회공헌이 뭐냐”던 기업들, 지금은 확 바뀌었죠

입력 2016-07-08 11:05 수정 2016-07-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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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

▲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이 영등포 굿네이버스 사옥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공채 1기로 20여 년 일해 온 직원을 후임 회장에 선임한 이 이사장은 2선으로 물러나도 대북 지원 등에 대한 일은 계속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이 영등포 굿네이버스 사옥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공채 1기로 20여 년 일해 온 직원을 후임 회장에 선임한 이 이사장은 2선으로 물러나도 대북 지원 등에 대한 일은 계속 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렇게 쩌렁쩌렁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후계자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공채 1기로 뽑은 인재를 사무총장에 앉혀 두었지만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고, 병상에서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끄덕여 중요한 경영상 판단을 해야 했던 이일하 굿네이버스 이사장. 이일하 당시 회장은 원래 계획보다도 훨씬 늦게 최근에야 이사장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만큼 많은 일이 그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건강은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건강이 없으면 조직을 통제할 수가 없다”고 말하는 이일하 이사장은 자신도 이렇게 건강을 회복한 것이 기적으로 여겨진다면서 “아마도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모양”이라고 웃었다.

굿네이버스는 한국에서 만들어져 세계로 뻗어나간 ‘토종’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다. 1991년 한국이웃사랑회(영문명 Good Neighbors)로 시작한 굿네이버스는 학대예방과 빈곤가정 아동지원 등 아동복지와 권리보호, 사회개발 교육사업, 해외구호 개발사업과 긴급 구호사업은 물론 만성적인 식량 부족과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북한 아동과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까지를 아우르며 활약하고 있다. 굶주림 없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이 굿네이버스가 꿈꾸는, 그리고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이일하 이사장의 꿈과 계획은 여전히 갱신 중이다. 악수를 청해온 그의 오른손을 잡는 순간의 느낌은 서늘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두 손가락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상에서도 소명을 다했고 미래의 우리 모두가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기 원하는 그가 보여준 열정의 온도는 매우 높았다. 이일하 이사장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을 영등포 굿네이버스 사옥에서 만나 들어봤다.

△이사장으로 물러난 시점이 계획보다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조직 내에서 차기 리더를 뽑아 기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공채 1기로 뽑은 직원을 이제야 회장으로 임명하고 한 발짝 물러나 있게 됐다. 원래는 3월 말 정기총회를 통해 물러날 예정이었지만 경주에서 열린 유엔NGO 콘퍼런스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야 했고,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세계사회복지대회에서 기조연설도 맡아야 해서 늦어졌다.”

△건강은 이제 괜찮은 건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지면서 나도 못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중환자실에 누워서 사무총장이 와서 보고를 하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박여 중요한 판단을 직접 내렸다. 이후 일어나긴 했어도 조직의 큰 방향이라든지 옳고 그름만 판단했지 사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는데 작년 4월 무렵 ‘아, 이제 많이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복됐고 이후 1년간 조직 운영을 물려주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건강은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국내에서 이제 기부, 모금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지난 25년간 정착과 성장을 위해 보낸 시간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 그래도 지난 10년간은 이 시장에 빅뱅이 일어나며 엄청난 성장을 했다. 우리는 1992년부터 이미 방글라데시를 시작으로 해외구호 개발사업을 했지만 2002년 이후가 되어서야 해외구호라는 것이 비로소 우리 국민들에게도 보편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해외에 본부를 두고 있는 NGO들이 시장 성장과 함께 치고 올라왔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는 시장이 정체 상태를 맞고 있는데 1992년 1800명에 불과했던 굿네이버스 신규 회원수는 10년 후인 2002년 5만 명을 돌파했고 2012년에는 20만 명까지 급증했다. 이후에도 거의 유일하게 신규 회원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모금 시장으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 호주 등에 이어 전 세계 5위 정도로 컸다. 일본의 경우는 민간이 주도하는 모금에는 국민들이 잘 참여하지 않아 생각보다 시장이 작다.”

△북한을 지원해야겠다는 결정은 어떻게 하게 됐는가.

“1995년쯤이었다. 다니던 교회에서 방북을 했던 해외교포 한 분이 설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민간인도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과 얘기하던 중에 ‘왜 아프리카 같은 곳만 돌아다니냐. 북한을 도와라’라는 말을 들었다.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자신이 병원을 짓고 있는데 거기서 쓸 작업복과 면장갑을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5만 달러어치를 사서 보냈다. 또 중국 단둥(丹東)에서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한우를 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도 알게 됐다. 그래서 그것도 도와주게 되었다. 그러던 가운데 유엔(UN)에 등록된 NGO면 북한에 들어가는 일이 나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싶어 직접 유엔본부를 찾아갔다. 그리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지원 자격을 얻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지원 자격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는데 굿네이버스는 그 가운데 가장 우위에 있는 ‘포괄적 협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게 1996년이다. 1997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고 이후 120여 차례 방북해 북한을 돕고 남한과 북한이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앞으로 완화되면 지원을 또 본격화할 것이다.”

△사회적기업도 만들어 자립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 8월 몽골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네팔, 르완다 등에서 총 4개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르완다에서는 카페 드 기사가라는 커피 생두 생산과 판매를 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고, 네팔에서는 허브사업, 몽골에서는 난방축열기, 캄보디아에선 태양광 헤드 랜턴·솔라 홈 시스템 등을 만드는 기업을 세웠다. 지역사회 내 협동과 자립을 바탕으로 지역주민 스스로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사회적 경제개발(Social Economic Development) 사업이다.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사업과 연계해 할 수 있는 것도 많을 것 같다.

“그렇다. 기업들도 문호를 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아 설득하기 참 힘들었다. 직원들이 일일이 기업마다 전화를 했는데 500개 기업 중 5곳만 반응을 하더라. 그러나 이제 사회공헌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니 도와드린다고 하면 좋아한다.

현재 우리은행, 현대기아차, GS칼텍스 등과 함께하고 있는데 기아차는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를 2012년부터 진행했으며 우리와 함께 탄자니아에 마엔델레오 중등학교를 세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고 현지 학교도 개보수했다. GS칼텍스는 2013년부터 임직원의 기부로 마음톡톡이란 사회공헌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전문 예술치료사를 양성해 3년간 3900여 명 아동의 마음속 상처를 치유했다. 굿네이버스는 앞으로도 국내외 사회적 이슈에 맞춰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다각화해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이사장으로 한 발 물러난다고 하지만 무언가 계속 의욕적으로 하실 것 같은데.

“물론이다. 내부에서 리더를 뽑는 일에는 성공했으니 다행이다. 외부에서 인지도나 이미지만 가지고 리더가 온다면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당장은 미국 굿네이버스 지사에 가서 있으려고 한다. 한국에서보다 대북 지원사업에 대한 모색이 조금은 용이하지 않을까 해서다. 북한은 미국은 못 믿어도 남한은 동족이 아니냐며 함께하려고 하는 의식이 있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전형적인 모델을 세울 수 있어 기뻤다. 어디로 가야할지, 같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단체로 더 성장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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