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지하철역에 파우더룸을?

입력 2016-04-0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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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10여 일 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5, 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에 여성을 위한 파우더룸을 시범 설치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출근길이나 이동 중 급하게 화장을 하거나 고치는 여성들을 위한 편의시설이다. 지하 1층 39㎡(12평)가량의 유휴공간에 조성되는 파우더룸은 한 번에 3~4명씩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큰 거울과 손거울, 빗, 화장품 샘플 등 화장에 필요한 기구를 갖춰놓을 예정이다.

파우더룸은 부동산사전에 ‘안락하고 쾌적하게 장식한 여성전용 화장실’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러니까 이거야말로 문자 그대로 화장을 위한 화장실이다. 그런데 화장실이 따로 있으니 파우더룸이라고 하는 거겠지만 우리말이 아니어서 명칭부터 거슬린다.

이런 걸 만드는 이유는 전동차 안에서 화장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 남들에게 불쾌감과 혐오를 유발하고, 화장실에서는 화장녀들로 인해 화장실 대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전동차에서 여자들이 손거울 들고 눈 치켜뜨고 속눈썹을 올리거나 입술을 칠하고 빠빠빠빠 하는 건 정말 꼴불견 가관이다.

도시철도공사는 파우더룸과 화장품 가게를 결합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며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앞으로 15개 지하철역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응이 좋으면 확대한다고? 이 기사가 나온 이후 수도 없이 붙은 댓글에서 호의적인 반응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성들 안 볼 수 있어 좋네요”, “화장실은 청결하지 못해 찝찝했는데 잘 됐네요”라고 환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다. 어디 반대와 비판 댓글을 인용부호 없이 나열해볼까? 그 돈으로 화장실이나 늘려라. 아주 돈지랄이 났구나, 그 돈 있으면 청소 아주머니들 휴게실이나 만들어. 뭐? 파우더룸? 난 전철에서 자꾸 조는데 수면실도 만들어줘. 아니 탈의실, 미용실, 수유실, 빨래방도 필요한디? 흡연실은 안 만들어주나? 키스실도 고려해 보지 그래. 전철에서 뭐 먹는 사람들 꼴 보기 싫던데 식당칸 만들면 어떨까? 그러지 말고 전동차 한 칸 전체를 파우더 칸으로 하세요. 화장품 도구 갖다 놓으면 사흘 만에 다 없어질걸? 잠금장치 해도 다 뜯어간다. 파우더룸 만들면 보나마나 고딩 천국 될 거야. 나도 여자지만 전철에서 화장하는 꼴 보기 싫더라. 시간 없어서 전철에서 화장하는 건데 파우더룸까지 가서 화장을 하라굽쇼? 아 정말, 전철 화장녀들 꼴 보기 싫어. 그렇게 시간이 없으면 밤에 화장 다 하고 주무슈….

나로서는 ‘파우더룸과 화장품 가게를 결합하는 방식을 검토한다’는 요 대목에 의심이 간다. 미용용품을 판매하고, 머리나 미용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런 걸 설치하자는 꾀를 누가 맨 먼저 냈을까?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개발한 정책일까? 믿고 싶지 않다. 숨긴 상술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건 다른 이야기이지만 여자들은 왜 아침 출근길에만 화장을 하고 저녁 퇴근길에는 안 할까? 가족들한테는 아무렇게나 보여도 괜찮다는 말이더냐, 누구를 위해서 하는 화장이더란 말이냐는 말이다(아, 이건 내가 좀 너무 나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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