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타이거 우즈, ‘속으로 웃었다’...펠트가 ‘에지에서 두번치는 거 보고’

입력 2012-07-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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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홀에서 까다로운 버디퍼팅을 성공시킨 뒤 볼을 집어 갤러리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AP/연합

골프는 자신이 잘해도 이기고, 남이 못해도 이긴다. 그것이 변수다.

2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내셔널 최종일 경기. 이 대회를 지켜본 골프팬이라면 ‘골프는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는 게임인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멋진 샷도 좋지만 한순간 실수로 우승트로피를 남에게 넘겨 준다.

‘골프지존’타이거 우즈(37·미국)가 동갑내기인 보 반 펠트(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우승하며 PGA투어 통산 74승을 올렸다. 드디어 잭 니클로스(62·미국)가 달성한 73승을 뛰어 넘었다.

우즈는 1996년 첫승을 기록한 뒤 74승까지 18년이 걸렸다. 잭은 1962년 US오픈을 시작으로 1986년 마스터스까지 73승하는데 2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즈는 샘 스니드(100·미국)의 82승 타이기록에 8승만 남겨뒀다.

우즈와 펠트는 6언더파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우즈는 전반에 보기없이 버디를 2개 골라내며 8언더파. 펠트는 버디 2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후반들어 펠트가 11번홀에서 버디를 골라내며 동타.

우즈에게 천운(天運)이 된 홀은 15번홀(파4·490야드). 우즈와 펠트 둘다 2온. 우즈는 홀과 6m 넘었고 펠트는 거의 붙었다.

우즈의 라인은 내리막 훅성. 퍼터 페이스를 떠난 볼은 슬금슬금 구르더니 멈출듯 하다가 왼쪽으로 살짝 꺾여 홀을 파고 들었다. 버디였다. 상대방을 한방에 보내는 우즈만의 골프였다. 물론 핀에 가깝게 붙인 펠트도 버디로 응수했지만.

사실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파71·7569야드)의 그린을 읽기도 까다롭지만 본 대로 가지도 않았다. 특히 그린은 홀 주변에서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며 선수들을 괴롭히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16번홀(파5·579야드)에서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드라이버만 페어웨이로 보내면 아이언으로 2온을 시키는 홀이었다. 그린앞 왼쪽과 오른쪽에는 대형벙커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고.

먼저 펠트가 티샷했다. 페어웨이 중앙을 선택했다.

우즈도 드라이버를 잡았다. 2온을 시켜 이글이나 버디를 잡아낼 전략이었다. 그러나 우즈의 볼은 왼쪽으로 밀리더니 갤러리를 맞고 러프에 낙하했다.

이때만해도 펠트에게 우승의 여신이 손을 내미는 듯 했다.

우즈는 골프장갑을 꺼내 사인을 한 뒤 볼 맞은 갤러리에게 선물했다. 여유를 갖기위해서 였을까. 아니면 마음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었을까. 우즈는 웨지를 잡아 오른쪽 벙커앞 페어웨이를 골랐다. 핀과 남은 거리 98야드.

펠트의 세컨드 샷은 에지를 넘지 못하고 그린앞 러프에 빠졌다.

우즈의 3번째 샷은 ‘아뿔사’핀을 향해 가더니 그린을 넘어가 버렸다. 오르막 상황으로 그린이 보이지 않아 핀에 붙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기까지도 펠트가 1타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펠트의 살짝 떠 올린 어프로치는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다시 그린앞 러프. 핀과 가까워졌을뿐 그린을 또 놓쳤다. 결국 둘다 4온을 시켜 보기로 마감했다.

묘하게도 16번홀은 우즈는 2라운드에서 2온시켜 이글을 잡아냈고 1, 3라운드는 파였다.

이와달리 펠트는 1, 3라운드는 파, 2라운드는 보기였다.

17번홀(파4·437야드). 둘다 2온이 안 됐다. 펠트의 세컨드 샷은 그린을 훌쩍 넘어 러프. 우즈의 샷은 짧아 그린에지. 펠트의 3번째 샷은 다시 핀을 넘어 에지. 우즈는 어프로치를 해 핀에 붙여 파를 잡았다. 5m 남겨놓고 퍼터를 잡은 펠트의 4번째 공략은 홀을 벗어나며 보기로 마감했다.

18번홀(파4·523야드). 파만 해도 성공적인 홀이다. 우즈는 파를 잡았고, 펠트는 보기로 1타를 또 잃었다.

PGA 투어 1승인 펠트가 한조를 이뤄 경기를 벌인 ‘우즈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마도 우즈에 대한 심한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다.

우즈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부활’을 맞으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우즈는 홀로 시즌 3승이다. 2승을 올린 제이슨 더프너(35·미국)와 헌터 메이헌(30·미국)을 따돌리고.

펠트는 우즈를 이기고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각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린 셈이 됐다. 16번홀에서 20야드도 안되는 거리를 남기고 어프로치 실수로 ‘톱스타’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펠트의 아픔은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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