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원 50명 미만 ‘미니 의대’부터 증원…지역선 의대 설립 요구 봇물

입력 2023-10-31 15:46 수정 2023-10-3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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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80명 이상으로 증원 시, 최소 510명 이상 증가 전망

▲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한 수요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전국 의대 상당수가 증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교육을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최소 80명 이상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들 얘기를 대통령께 보고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31일 각 대학과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복지부는 이달 27일 의대가 있는 전국 대학에 공문을 보내 수요조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각 대학에 △교수진 규모 △시설 확보 현황 △현재 교육 역량 △향후 투자계획 △증원 수요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정부는 당장 증원 여력이 있는 대학의 경우 2025학년도 정원에 반영하는 것을 우선 고려할 계획이다.

◇미니 의과대학부터 증원?…지역 의과대학 신설?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는 총 17곳이다. 미니 의대들은 증원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원 40명의 울산대 의대는 80~100명까지 증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을지대 의대(정원 40명)도 80명 이상 확대를 기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대 의대(정원 40명)도 80~120명까지 늘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고, 동국대 의대(정원 49명)도 100명 내외, 동아대 의대(정원 49명)도 1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정원을 감축했던 인제대 의대(정원 93명)와 가톨릭대 의대(정원 93명)도 감축한 인원 7명을 복원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50명 이상의 비수도권 사립대학과 국립대도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고 있다.

조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한 그대로 미니 의대의 입학정원을 80명으로 늘릴 경우 최소 510명 이상을 증원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복지부는 내달부터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하고, 서면 검토와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또 정부는 증원 수요가 있지만, 추가적인 교육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면 2026학년도 이후에 단계적으로 증원할 계획이며 ‘지역 의대 신설’도 지속 검토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김지영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김지영 기자)

의대가 없는 여러 대학에서는 의대 신설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의대 신설을 원하는 대학은 △부산 부경대 △인천 인천대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충남 공주대 △전북 군산대 등과 국립 공공의대 신설을 원하는 △전남 목포대, 순천대 △경북 안동대, 포스텍 △경남 창원대 등 11곳이다.

이에 대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교수는 “의사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정원이 적은 ‘미니 의대’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임상할 여력이 있는 인근 병원과 교육을 병행할 대학이 있다면 의대 신설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정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국회서도 지역 의대 신설 특별법 발의 이어져

국회에서 관련 법안도 지속해서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목포의대’, 같은 당 김회재 의원은 ‘순천의대’ 설치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강기윤 의원이 ‘국립창원대’, 성일종 의원이 ‘국립공주대’, 최형두 의원은 경상남도 내 지역의사 양성 위한 의과대학, 최영희 의원은 경기 북부 의대 설치 특별법 등을 발의했다.

다만 의대 신설 반대 의견도 상당하다. 김장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은 국고를 지원하면서까지 의대 정원을 확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국고 지원을 통해 지방의료를 살리려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재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 대학의 경우 미리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의대 신설은 자금 유입이 필수다. 대부분 대학이 자금조달 방안은 생각하지 않고, 정부의 지원만 바라고 있다. 지역 의료를 살리더라도 환자 대부분은 서울에서 진료받길 원할 것이다. 지역 완결형 의료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의 의대 정원 확대 입장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2020년 9·4 의정합의를 통해 ‘의대 정원을 포함한 주요 의료정책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를 통해 논의하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하지 않겠다’고 정부와 약속한 바 있다면서, 의사인력 확충 문제는 의정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필수의료 해결 방안 중 하나로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복지부와 의협은 매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인력 확충이 반영돼야 하는 만큼 관련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 관련 관계차관 회의’를 주재하며 “차질 없이 소관 과제가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관계부처 협의·조정 필요사항 발생 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신속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규모와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대학들이 내년 4월 모집 요강을 확정 짓기 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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