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로마에서는 AI도 로마법 따라야

입력 2023-10-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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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빠른 인공지능(AI)에 탑승하여 멀미를 느낀 지 오래됐다. 처방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멀미도 사라지고 두 방향의 발전 경로도 보인다. 한 경로는 인공지능 칩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규제다. 칩의 개발 방향은 인간의 뇌를 닮고 규제는 새롭게 도입될 필요 없으며 인간의 인식 변화로 충분하다. 성급한 결론일까?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뉴런과 10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다. 최신 인공지능 칩은 170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다. 어휘가 달라 비교가 불편하지만 시냅스와 매개변수를 등가로 보면 인공지능은 뇌에 미치지 못한다.

매개 변수 외에도 인공지능 칩은 뇌와 비교할 때 개선의 여지가 있다. 신체 각 부분에서 들어온 수천 개의 감각 신호는 뇌 뉴런에 동시에 입력되어 전파된다. 반면에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는 32개 혹은 64개 단위로 제한된 입력 신호를 받아 메모리에 차례로 뿌려준다. 배분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니 이를 극복하려 병렬로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도입되고 있다.

유럽, 인공지능 규제에 앞장…미국은 소극적

뇌의 각 뉴런은 들어온 정보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인접한 뉴런으로 전파한다. 뉴런의 연결 통로인 시냅스는 전파 과정에서 넓혀지기도 하고 좁혀지기도 한다. 핵심은 이 과정이 해당 뉴런 자체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반면에 컴퓨터에서는 CPU나 GPU가 중앙에서 처리한 후에 메모리에 정보를 다시 저장한다.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된 뉴런에 비해 메모리의 저장 주소는 주소록으로 관리되므로 정보 접근에도 시간지연이 발생한다. 실리콘(Si)의 인공지능 칩과 탄소(C)의 뇌는 구성 성분이 다르므로 인공지능 칩이 뉴런의 뇌와 같은 구조를 가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CPU, GPU, HBM을 가까이 배치시켜 처리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

인공지능 규제에서 유럽은 선행적이고 그 외 지역은 후행적이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인공지능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적용분야를 4등급으로 나누고 민감한 분야일수록 강한 규제요건을 적용한다. 작가들이 저작권 문제를 제기했고 신문사들은 자신의 기사를 막지만 미국은 기술혁신을 위해 규제도입에 소극적이다.

신대륙 발견 당시 과일이 저절로 떨어지는 땅은 원주민의 땅이 아니라며 강탈의 법리를 세운 유럽인들이 이번에는 원주민이 되어 외부 기술 침투를 막고 있다. 원죄를 물려받은 인간이 완벽할 수 없듯이 흙으로 빚은 인공지능도 윤리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 가치 대신 사실을 판단하는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많은 부분에서 뛰어나다. 이미 바둑이나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는 인간을 능가했고 창작, 번역, 평가, 진단에서도 인간을 조만간 넘어설 것이다.

그러니 인공지능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인공지능이 나오기 전에도 인간을 뛰어넘는 컴퓨터가 활약했지만 별도의 법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인공지능이 설치겠지만 동일한 이유로 별도의 법이 필요 없다. 소비자는 수준 낮은 인간 작품보다는 인공지능이 지원한 결과물을 원한다. 인공지능을 삶의 도구로 수용하면 별도의 법이 필요 없다.

‘삶의 도구’ AI, 별도 규제법 필요없어

신규 법 도입을 반대한다고 저작권 같은 기존 법을 무시하는 뜻은 아니다. AI는 문서들을 어휘 단위의 형태소로 분해하고 통계적으로 변형하여 기억한다. 재래식 검색 엔진에서 원본은 링크로 보존되지만 인공지능에서는 원본은 소화되어 사라진다. 원본이 분해되므로 AI에 의해 작성된 문장은 원본과 다를 수밖에 없으니 출처를 명시하기 쉽지 않고 저작권도 위협받기 쉽다.

거리뷰 앱은 담벼락에 그린 사람 얼굴도 모자이크 처리하는 미숙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개인정보, 얼굴을 완벽하게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접근하지 못하도록개인 정보를 비밀번호로 막아야 하겠지만 인공지능도 특정 인물을 대명사나 익명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폭력성과 선정성에 따라 영화등급을 매기듯이 인공지능에도 등급을 부여할 여지는 있다. 인공지능이 사용자 연령을 감안하여 답변하고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구별한다.

로마로 간 인공지능은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만 위배하더라도 사용자와 관리자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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