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혁신성장을 만들어 나가는 혁신기업이란?

입력 2020-02-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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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혁신성장에 관한 논의는 주로 정부정책과 생태계에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이 왜 부족한가를 다룬 보고서와 기사는 대부분 선진국과 비교해 창업 여건이 열악하고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며 투자기관이 보수적이고 정부 지원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리 있고 타당하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 조건은 혁신성장의 반쪽에 불과하다. 환경과 제도가 잘 갖춰졌다고 혁신성장이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혁신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며 그 성과는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통하여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들이 움직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여 생태계를 개선하고 막대한 지원을 퍼부어도 혁신성장 정책은 공염불에 그칠 따름이다.

혁신기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업가 정신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백 명에게 물어보면 백 개의 답이 돌아온다. 혁신의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지속적으로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며 새로운 영역과 사업을 앞장서 개척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독창적 기술과 차별적 제품을 만들어 미래를 열어가는 개척자 정신을 말한다.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 사례로 테슬라(Tesla)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꼽을 수 있다. 머스크는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Paypal)을 창업하여 떼돈을 벌었다. 보통은 그 돈을 가지고 여생을 편안히 지낼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생소한 전기차 사업에 도전하여 테슬러에 전액 투자하였고 CEO로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테슬러의 전기차 사업은 숱한 난관과 실패에 봉착하였고 그때마다 망할 것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머스크는 오뚝이처럼 이겨 나가 지금은 역대 최고의 주가를 시현하며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식이 되었다. 머스크는 테슬러에 머물지 않고 스페이스X를 설립하여 발사체를 회수하는 우주항공사업을 시작하였고 궁극적으로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인간이 살도록 만들겠다는 꿈을 추구하고 있다. 말이 안 될 정도로 허황되다. 그런데 이처럼 황당한 꿈이 자석처럼 투자가와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혁신기업은 선행 투자를 과감히 이행한다. 멀리 내다보고 단기 수익보다 시장 창출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남보다 앞장서 현재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 사업에 대규모 투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 기업들은 선행 투자보다 후행 투자를 선호한다. 남이 하는 것을 보고 그 뒤에 따라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 결과, 후발자는 항상 뒷북치며 공급과잉과 가격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 혁신기업은 리스크를 기피하지 않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투자하여 독보적 성장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래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한다는 것은 당연히 무모하다. 잘하면 대박, 잘못하면 쪽박이다. 모험사업과 선행투자를 경영자의 독단적 판단과 개인적 역량에만 의존해 실행해서는 실패가 자명하다. 여기서 혁신기업의 퍼즐을 맞추는 마지막 조각이 필요하다. 바로 인재이다.

혁신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여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키고 성장과실을 공유하여 주인처럼 뛰게 만든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기술이나 사업성보다 어떤 사람들이 그 회사에서 일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투자를 받으면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전문가를 유치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한다.

이 부분이 우리나라 기업에 가장 약하고 부족한 고리이다. 대체로 기업주는 인재의 유치와 육성에 인색하다. 대기업은 인재를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중소기업에는 필요한 인재가 찾아오지 않는다. 우수한 기술자가 미국이나 중국의 벤처기업에 스카웃되어 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 아프다. 인재 유출을 인위적으로 막으려 할 뿐 인재 유입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미흡하다.

기업가 정신, 선행 투자, 인재 유치가 혁신기업의 3박자 요건이다. 이 세 가지를 살펴보면 옥석을 구분할 수 있다. 요즘 혁신성장의 바람이 뜨겁게 불면서 자칭 타칭 혁신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진정한 혁신기업인지 궁금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쉽게 할 수 있는 현재 사업에 투자하는 짝퉁 혁신기업이 아니라 아무도 하지 못하는 어려운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진짜 혁신기업을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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