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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 '영업비밀 침해' 조기패소에 '비상등' SK이노베이션, LG화학 합의 가능성

입력 2020-02-16 14:36 수정 2020-02-16 16:25

10월 美 ITC 최종결정 전 이의절차 착수…동시에 양사 물밑 협상 예상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2차전지 영업비밀 소송’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조기패소’ 예비 판결을 내리면서 배터리 사업에 경고등이 켜진 SK이노베이션은 이의 절차를 밟으며 최종 판결을 뒤집겠다는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LG화학과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ITC는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이는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린 것으로, ITC위원회는 3월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나 추가적인 사실심리, 증거조사 없이 10월 5일 최종 결정(Final Determination)을 할 예정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11월 5일 SK이노베이션이 증거 인멸 정황이 있는 것은 물론 ITC의 포렌식 명령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법정 모독행위도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LG화학은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이 시작된 이후 그간 법적인 절차에 따라 충실하게 소명해 왔다”며 “당사의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결정문을 검토한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예비판결은 최종판결에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ITC가 지난 25년간 내린 결정을 보면 영업비밀 소송은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이 ITC 위원회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으며, 특허 소송에서는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 가운데 약 90%가 ITC 위원회 최종결정에서 유지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의절차 등 조치를 취할 예정이지만, 이와 별개로 LG화학과의 합의를 시도해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전에 소송을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하게 되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한국에서 보내는 일부 자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이미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보한 만큼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배터리 업계에선 핵심소재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SK이노베이션의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만들 때 필요한 소재들이 대부분 한국과 중국, 일본에 몰려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자체적으로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지만, 다른 소재는 아니라서 이 문제를 풀지 않는 이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며, 현실적으로 LG화학과 합의를 하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 중인 배터리 관련 소송이 이번 소송을 포함해 6개에 달한다는 점도 양사의 합의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ITC의 최종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면 현재 LG화학과 진행 중인 또 다른 5개의 소송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ITC의 진행에 따라 소송 중지 상태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의 소송이 재개돼 또 다시 LG화학이 승소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것으로 결정된 제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가 금지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입장문에서 “그간 견지해 온 것처럼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합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LG화학 역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추격 속에서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을 오래 끄는 것보다는 전략적으로 합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이 “이번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축적한 당사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보호하기 위한 데 있다”며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양사의 합의가 불발되고 LG화학이 이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더라도 대통령이 비토(거부권)를 행사해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이후 60일 내에 대통령 심의기간이 있는데 대통령은 수입금지 조치가 공정경쟁 등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ITC에서 완료된 약 600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단 1건밖에 없을 정도로 극히 드물기 때문에 비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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