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이 투명해지는 길

입력 2019-1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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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만에 내 집 마련을 한 지인은 이사를 간 첫 날 부녀회장으로부터 집을 내놓을 때 '가격을 잘 맞춰' 내놓으라는 첫 인사를 가장한 경고를 듣는다. 취재 중 매물은 없는데 호가는 오르니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라는 강남 대치동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도 들린다. 집값이 치솟으니 호가 띄우기와 가격 담합이 이곳저곳에서 또다시 기승을 부린다.

자본주의에서 내 재산을 지키는 건 집주인의 기본 심리이자 권리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서면 그건 시장 교란 행위가 된다. 특히 단체 채팅방이나 인터넷, 엘리베이터 등에서 가격을 특정하고 그 밑으로 팔지 못하게 막아 누군가가 뻥튀기 가격에 집을 사게 만든다면 내년부터는 처벌 대상이 된다. 싼 매물을 내놓은 중개업소에 항의해 물건을 내리게 하거나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행위, 원하는 호가대로 거래해 주는 중개소를 공유하는 행위 등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집값 지키려다 징역이나 수천만원의 벌금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법적 채찍이 아닌 끈끈한 담합이나 호가 띄우기를 아예 불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현 정부는 집값 급등 배경에 강남 재건축 단지가 있다고 봤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

문제는 서울 주택 공급의 유일한 공급원이 재건축ㆍ재개발이라는 점이다. 규제가 도처에 깔리니 사업이 막히고,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 너도나도 집 사기에 나선다. 매물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공급이 줄어든다니 조바심에 수요자들은 추격 매수에 나선다.

결국 뻥튀기 가격은 그대로 실거래가가 된다. 뒤이은 매물에는 살이 더 붙어 호가는 또 뛴다. 당장 주택이 필요 없는 미래 수요까지 내 집 사기에 뛰어든다. 정부 스스로 집은 '사는 곳'이 아닌 '사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모두 부정하진 않는다. 만시지탄일지 모르지만 공급만은 늘려 집값 급등의 가장 강력한 불안 요인을 이제라도 제거하는 건 어떨까. 살 집이 많아지면 호가 띄우기도 담합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집값이 얼마나 투명하느냐는 아무래도 정부 손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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