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부실기업이 우량기업 되는 길

입력 2019-12-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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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 조붕구.
▲사단법인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 조붕구.
거래대금 미회수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재무상황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생존을 목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인가를 받는 절차에 들어간다. 인가절차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계속 기업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업들은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다. 즉 대형 회계법인에서 파견된 고도의 기업분석 전문가들에 의해 해당 기업의 평가가치가 냉정하게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가지고 채권단은 기업을 생존시키느냐 청산시키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통과한 기업은 채권단과 긴밀하게 협의하여 회생 계획안을 마련하고 법원에 인가를 요청한다. 회생 계획안 준비과정에서 채권단 요구를 과도하게 수용하면 인가가 나더라도 회생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처 인가가 이루어지면 CFO 혹은 감사역할을 하는 CRO가 파견되어 기업활동을 일일이 점검해 법원에 보고한다.

관리인과 CRO와의 긴밀한 호흡이 기업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보통 CRO는 기업회계 전문지식과 금융지식을 겸비한 전문가들이 파견된다. 그래야 절름발이 된 기업에 지팡이 역할을 단단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생 계획안대로 채무상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되면 법정관리 절차를 종결하거나 졸업을 하게 된다. 법정관리절차를 종결하게 되면 일단은 법원의 통제하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

회생 기업들이 회생절차 종결을 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신만고 끝에 종결을 했다고 해도 금융지원을 받아야 영업활동을 확대할 수가 있는데 이 부분이 제도적으로 막혀있어서 자생하는 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인수자 또는 지원군을 찾아 졸업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렇게 살아남는 기업의 확률은 2% 이내다.

규모가 큰 기업들은 주로 그룹사들에 인수되는 데 반해 중견기업들은 중견 그룹이나 자산운용사에 인수된다. 인수된 기업은 새로운 주인을 만났기 때문에 신용도가 상승하여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 상상을 초월하는 성장률을 구가하기도 한다.

물론 회생 기간에 영업이 급전직하로 낙하하기 때문에 기저 효과적 측면도 없지는 않으나 구조조정의 효과가 더해져 기업실적이 대부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금융 분야 경험자가 수장을 맡으면 그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다 그렇게 성장했고 현재 재계에서 두각을 보이는 케이지 그룹이나 에스엠 그룹, 하림그룹, 형지그룹, 심팩그룹 등 30대 그룹에 자리매김한 그룹사들의 기업 성장 역사가 이를 잘 웅변해주고 있다. 이외에도 회생 기업들이 제삼자에 인수돼 일취월장하는 기업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최근 SM 삼환기업 논란의 경우 이는 인수된 회생 기업의 정체성 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본다. IMF 때 쓰러진 기업들이 우량기업들에 인수되지 않았더라면 우리 경제는 수렁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삼환기업이 재무관리의 무능으로 실패한 것이지 기술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새 주인을 잘 만났고 선장도 잘 만났다. 신용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가능한 실력 있는 금융전문가가 삼환기업의 수장을 맡아 경영을 이끌었기 때문에 기술의 삼환 명성을 70년간 쌓아온 임직원들이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 결과는 오너와 금융전문가 그리고 임직원들의 삼각체제가 혼연일체 돼 수주실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이 만들어낸 결과다.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탄생시키는 훌륭한 기업경영자들에게 포상을 못 하더라도 포탄을 날리지 말았으면 한다. 기업을 만들어 성공시킨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부실기업을 맡아서 우량기업으로 만든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운 일이며 경영자가 밤잠을 못 이루며 만들어낸 성과임은 불을 보듯 훤하다.

회생에 성공한 기업을 흔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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