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경제 역동성은 결국 민간에 달렸다

입력 2018-08-1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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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자리 사정이 지지부진한 탓에 다른 집 고용 사정이 좋다는 소식이 들리면 반사적으로 관심이 간다. 최근 미국은 긴 경제 호황에 힘입어 저학력 근로자 일자리 사정까지 개선되고 있다.

아무 나라에서나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 대개 고학력 인력은 상대적으로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 노동 인력의 약 7%를 차지하는 고졸 미만의 학력 근로자의 실업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6% 가까이 치솟았다. 당시 고학력 실업률보다 약 세 배나 높은 수준이었다. 그동안 계속된 경제 회복세 덕에 저학력 근로자들의 실업률도 하락하며 올 7월에는 5.1%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0년대 초 관련 통계 발표를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10년 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임금 상승 추세가 고민이었다. 지난 1년간 시간당 평균 임금이 연간 2.7%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제는 고용 사정이 나아지면서 제조업, 음식점업 등에서 근로자를 확보하려는 사용자들이 임금과 근로조건을 경쟁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임금 상승세도 더 본격화할 조짐이어서 미국 연지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물론 호전된 노동시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사회 시스템은 모두 본받을 만한 것은 아니다. 한 예로, 다른 선진국에서 흔한 공적 의료보험제도 미비로 아픈 사람이 병원에 가지 못하는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시사점이 무엇일까?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이니 시각차가 클 것이다. 필자에게는 경제의 장기적 역동성은 민간이 주도할 때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한 교훈이다.

다수의 개인과 기업이 얽혀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장 경제의 틀에서 정부가 경제의 활성도를 계속 제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출을 한시적으로 늘리거나, 소득 보조를 늘려 일시적으로 경기 부진을 개선할 순 있다. 하지만 이런 거시경제 정책을 상시화한 나라는 없다. 지속 가능한 역동성의 회복은 보다 항구적으로 경제활동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방법이다. 잠재적으로 법과 규제, 세금 등 미시경제적 정책 수단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 활동을 좌지우지하는 미시경제적 수단을 정부가 관장한다.

그런데 미시경제적 정책의 결과가 거시경제적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행여 정부의 규제가 기업들이 추진하고 싶은 신규나 기존 생산 시설의 증설을 어렵게 하는 일을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 표명도 있었으니 투자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 실무 담당자들이 꼭 필요한 규제만을 가려내는 작업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투자에만 초점이 맞춰진 노력의 투자 개선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고, 투자 증대가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고용 사정의 개선은 더더욱 미미할 수 있다. 기업은 투자의 주체인 동시에 인력 사용자이기 때문에 고용 여건의 개선이 중요하다. 기술적인 이유로 고용을 늘리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투자만 크게 늘릴 수 없다. 따라서 가시적 투자 증대를 실현하려면 고용을 늘리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도 헤아려 개선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 더불어 사용자들이 인력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지금보다 쉬워져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를 설득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취약계층의 고용 사정 개선이라는 파급효과와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다. 올해 보았듯이 경제 사정이 전반적으로 나쁜데 취약계층의 사정만 개선하려는 노력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다. 한여름 밤의 꿈이다.

민간분야가 경제의 역동성을 주도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낙수(落水)’ 효과 타령을 한다며 볼멘소리를 할지 모르나, 결코 아니다. 폭염을 식히고 마른 땅을 적셔 줄 비를 간절히 바라는 기우(祈雨)의 청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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