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시아나는 뭘 먹고 사나?

입력 2008-04-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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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은 열리는 데 신기종 도입, 장거리 노선확대 등 난제 ‘산적’

아시아나항공이 창사 2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발표한 'New Take-off 2008' 계획의 성공 여부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고유가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은데다 특히 새 수익원으로 지목한 장거리 노선이 여러 장애물들로 인해 확장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금 항공산업은 첨단기능을 갖춘 신기종 여객기 도입과 경쟁력 있는 노선의 확보, 각종 서비스 개발을 위한 경쟁 등 미래전략 없이는 결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아시아나 역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올 초 발빠르게 'New Take-off 2008'이라는 새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연말까지 모두 7대의 첨단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고 기존 항공기 9대에는 프리미엄 좌석과 개인 AV를 탑재한다. 연내 미주와 캐나다에 신규 취항하고 6월에는 LA 노선 주 2회 증편, 8월 뉴욕 노선 주 3회 증편, 3월 파리 취항, 연내 동유럽 1곳 신규 취항 등 화려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결국 지금의 아시아나를 만든, 일등공신인 '중단거리 노선' 대신 그간 등한시했던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의 중단거리 노선 대 장거리 노선의 비율이 1 대 3으로 불균형 상태이고 항공시장의 성장으로 저가항공사들이 단거리 노선에 대거 진입할 것임을 고려한다면 장거리노선 확충은 적절한 전략이다.

◆열리는 아시아 하늘길, 아시아나에겐 '고행길'

그동안 아시아나는 고수익 단거리노선에 집중하는 수익성 위주 성장전략과 고품질 고객서비스를 앞세워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의, '2등 양성을 통한 경쟁환경조성論'도 한 몫 했다. 어쨌든 2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항공시장을 상당 부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시아나의 성공신화가 향후에도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나타낸다.

우선 국내선 시장은 이미 국내외 17개 항공사가 난립하는 전장으로 변했다. 저가항공 진출에 손사래를 쳐가며 부정해왔던 아시아나 역시 지난 2월 저가항공 진출(부산에어에 지분 투자)을 선언했다. 항공사들이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국내노선 때문이 아니라 항공자유화협정 이후의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중단거리 시장을 겨냥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다.

한편 그동안 회사의 캐시카우(주 수익원) 역할을 했던 중단거리 노선은 이제 '오픈 마켓'이 돼가고 있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 항공시장은 국가 간 항공자유화협정(Open Sky)으로 인해 완전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다.

일본과는 지난해 동경을 제외한 전 노선에 대해 자유화협정을 맺었으며 우리 국적기가 제3국에 가면서 일본에 들러 승객을 추가로 태울 수 있는 '제5단계 자유권'까지 허용했다. 자국 항공시장 잠식을 우려해 좀처럼 허용하지 않던 것을 용인할 정도로 이 지역 항공시장의 대세는 '개방'이다.

중국과는 지난 2006년 산동성과 하이난성 개방에 합의한 데 이어 오는 2010년 말까지 중국 하늘 전체를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동남아 국가들과의 항공자유화 협정도 매우 활발해 오는 2011년 경이면 우리와 교역하는 국가의 대부분 노선이 자유경쟁시장이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픈스카이가 되면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취항할 수 있어 결국 해당국가 유자격 항공사의 숫자가 관건"이라며 "그간 중단거리 노선을 독점적으로 배분받아 온 아시아나가 이제 아웃바운드에서는 규모가 훨씬 큰 대한항공, 저가항공사와 경쟁하고 인바운드에서는 저가항공사를 포함한 많은 외국 항공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거리 노선 확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만...

결국 장거리 노선 확대는 아시아나의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 확대도 결코 쉽지 않다. 곳곳에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는 장거리 노선 확대를 위해 지난 달 31일 프랑스 파리에 취항함으로써 유럽의 3대 관문인 런던(英)·프랑크푸르트(獨)·파리(佛)에 모두 노선망을 확보했다. 강주안 아시아나 사장은 "현재 8개인 미주ㆍ유럽 취항 노선을 14개로(2012년까지) 늘리는 등 장거리 노선 매출 비중을 오는 2012년까지 현재 22.5%에서 29.2%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 확보가 쉽게 이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유럽 노선을 예로 들면 이미 35년간 이를 운영해온 대한항공의 운용 노하우와 스케쥴 경쟁력을 이제 막 노선망 확충에 나선 아시아나가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아시아나가 지난 98년 IMF 사태 직후 프랑크푸르트, 비엔나, 브뤼셀, 암스텔담 등 4개 유럽 노선 전부를 철수하는 등 꾸준하게 시장관리를 하지 않아 시장 조성력 측면에서 뒤지는 것도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리 노선의 경우 아시아나는 신규취항인데다 주 3회 스케쥴에 불과해 주 14회(코드셰어 2회 포함)를 운항하며 35년간 꾸준히 노선을 관리해온 대한항공과는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며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있지만 장거리노선의 수익성이 중단거리 노선 대비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도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주 노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항공자유화로 미주 어느 지역에건 취항은 가능하지만 아시아나의 취항 도시는 5개 노선에 불과해 12개 도시에서 주간 83회를 운항하는 대한항공과는 차이가 있다. 흔히 '6 대 4' 정도로 보는 양사 시장점유율 격차에 비해 유독 미주ㆍ유럽 시장에서의 차이는 크다.

하지만 정작 아시아나의 진짜 딜레마는 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의 확보다. 2007년 말 현재 아시아나가 보유 중인 65대 항공기(여객기 56대·화물기 9대) 중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는 B777 9대와 B747 5대 등 모두 14대에 불과하다. 대한항공이 B747-400 22대를 비롯해 모두 43대의 장거리 선단(Fleet)을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다.

더구나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사들에게 친환경·고효율성을 지닌 차세대 항공기(B787과 A380 등)의 확보는 당연한 일이 돼 버렸지만 정작 아시아나는 올해 B777 한 대를 도입하는 것 외에는 아직 도입모델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직구매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2005년 이후 항공기 제작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주문이 밀려 설사 지금 아시아나가 계약을 성사시켜도 실제로 항공기를 인도받아 운항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회사 측은 그동안 그래왔듯 운용리스나 금융리스 등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아시아나의 보유 항공기 63대 중 회사 소유는 9대에 불과하며 운용리스가 33대, 금융리스가 21대다. 강주안 사장 역시 최근 "A380이나 B787 등 최신 기종만 좋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A350·B747 등도 좋은 기종이며 조만간 관련 장기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중단거리 위주였기 때문에 리스 위주의 선단(Fleet) 운영이 가능했지만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려면 더 많은 비용과 전략이 필요하다"며 "국제 신용등급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 리스를 통한 구매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의 경쟁 격화로 항공기의 성능과 쾌적함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전략적으로 B787 10대, A380 8대를 오더해놓고 순차 도입하고 있는 회사와 경쟁하려면 차세대 신기종 직구매 등을 통한 선단 재편만이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 정부의 실용정책·고유가 등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아

아시아나는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2등 기업 육성'이라는 밑그림 아래 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지와 함께 성장했다. 그룹 연고가 호남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도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실용주의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한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항공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약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강주안 사장은 이에 대해 "국내 경쟁사를 따라가지 않고 싱가포르 항공과 같은 세계적 항공사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내시장에서 1위 업체와의 격차가 상당한 상황에서 세계적 항공사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무리한 설정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또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금호아시아나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아시아나가 지급 보증을 섰고 그 이자비용이 영업규모에 비해 과다해 적어도 내년까지는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며 "고유가 극복과 3년 연속 주주배당 실현, 신용등급(현재 BBB) 상향 등 안고 있는 과제가 매우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아시아나의 앞길에 난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자유화 정책, 미국 비자 면제, 베이징올림픽 등으로 인한 항공수요 증가는 아시아나를 위시한 항공업계에 또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숙원사업이던 파리 취항을 계기로 매출 4조원 돌파, 5년 연속 흑자 경영 등 '새로운 도약'을 계획했지만 선결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철저한 준비로 기회를 낚아채지 못한다면 'New Take-off'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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