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은행의 예대마진과 뱅크런의 유래

입력 2017-02-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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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탠다드 차타드은행’의 탄생 비밀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117세기 영국의 금세공업자(goldsmith)들이 금을 빌려주거나 보관하는 대신 증서를 발행, 즉 통화를 발행하는 방식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금세공업자들이 많은 돈을 벌게 됐다. 그러자 금을 맡겼던 부자들은 자신들의 금을 이용해 금세공업자들이 돈을 벌고 있다면서 항의하게 된다. 이에 세공업자는 항의하러온 부자들에게 대출이자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나눠 주겠다는 거래 제안을 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 수 있게 된 부자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는 결국 금세공업자들이 여태까지는 금을 맡긴 사람들로부터 보관료를 받아 챙기다가 이제는 오히려 일종의 사례금을 지불하는 격이 된 것이다. 그러나 사례금을 지불해도 대출이자로 버는 돈이 항상 더 많았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입이 되는 부분인 ‘예대마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금세공업자들은 큰돈을 벌게 되고 또 몇몇 세공업자들은 금 보관 업무를 본업으로 삼게 된다. 이것은 오늘날 은행의 기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금세공업자들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내었는데, 그것은 있지도 않은 금으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금도 없이 보관증을 담보로 대출을 하게 된 데는 세공업자들이 믿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금고에 있는 금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의 비율이 10% 내외라는 것과, 금고 속에 있는 금의 양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이 10%는 오늘날의 지급준비금의 기초가 된다. ‘지급준비금’이란 시중은행이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토록 한 자금을 말한다.

그러나 간혹 빌려준 금이 회수되지 않거나, 또는 있지도 않은 금으로 대출을 한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보관증을 들고 찾아와 자신의 금을 돌려 달라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런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의 뱅크런(bank run)이나 파산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신흥은행가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을 때 거래를 제안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국왕실이었다. 당시 전쟁을 치르고 있던 영국왕실은 이들 은행가를 이용해 전쟁자금을 확보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은행가들은 이를 수락하고 전쟁자금을 대주는 대신 훨씬 더 큰 것을 얻어내게 된다. 그 대가란 영국왕실로부터 금 보유액의 3배에 달하는 가상의 돈을 합법적으로 대출할 수 있는 면허(Chartered)를 획득하는 것이었다. 영국의 ‘스탠더드 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Bank)’은 이런 연유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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