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국내 초연 뮤지컬 ‘위키드’ 100회 서는 소감…“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요?” [이꽃들의 사람들]

입력 2014-04-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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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옥주현.(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초록마녀 엘파바로 변신한 그녀, 옥주현의 100번째 마법이 시작됐다. 국내 초연 뮤지컬 ‘위키드’의 100회 무대를 앞둔 옥주현을 서울 강남에서 만났다.

“무대에 나가기 전 ‘오늘은 첫 번째, 두 번 째…스무 번째, 쉰 네 번째 무대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그 때 기도를 하는데, 공연을 하기 위해 그 시간에 머무를 수 있어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해요. 늘 안전하게 공연을 끝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데, ‘그 마음이 벌써 100번째가 됐구나’란 생각도 들고요. 경이로워요, 그야말로 모든 희노애락이 담겨 있는 생방송이잖아요.”

유럽 뮤지컬 ‘레베카’ 등에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고고한 여인을 연기해온 옥주현은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를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직접 만난 그녀는 엘파바와 그녀의 친구인 하얀 마녀 글린다의 성장과 우정기를 담아낸 이번 작품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재밌어요. 어떤 배역을 만나면 그 걸음걸이나 습관까지 흡수하잖아요. 엘파바는 드러내지 않은 자격지심도 있고, 강한 척도 하지만 실로 강인하고 학구열에 불 타 있고, 똑똑한 인물이거든요.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기대를 하지만, (피부가 초록색이란 이유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하며 ‘여기도 똑같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러다 자신 탓이라고 여겼던 어머니의 죽음을 ‘우유꽃 때문이잖아’라는 친구 글린다의 따뜻한 말을 통해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리고 부르는 넘버 ‘포 굿(For Good)’ 속 ‘너로 인해 달라졌어’라고 말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담깁니다. 자신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면서 피에로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여자로서 어필할 수 있는 변화도 찾아오죠. 여기에서 중요한 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쌍이 어떻게 저렇게 통할 수 있지’ 하면서도, 바로 다름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이고, 다르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낸답니다.”

2012년 내한한 오리지널 뮤지컬 ‘위키드’는 흥행돌풍을 이끌었고, 그 반응과 더불어 빠른 라이선스 작업이 이루어졌다. 캐스팅부터 무대 작업, 연출까지 오리지널 팀의 손이 속속 가닿은 가운데, 아무래도 그 해석과 변화의 폭이 넓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냥 거칠고 무뚝뚝하기만 했던 엘파바에게서 도저히 찾아 볼 수 없던 면모는 옥주현의 연기를 통해 이따금 여린 듯 따뜻함을 엿보이며 매력을 더했다. 오리지널 팀 연출자가 “한국의 초록마녀 옥주현은 내면의 연기가 강점”이라고 언급했듯, 결국 그녀만의 엘파바는 인정받았고,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는 캐릭터와 작품을 향한 그녀의 깊이 있는 고민 덕택이었다. 100회 무대까지 이끌어오며 그녀는 배우로서 해석뿐 아니라, 관객 전달에 대한 고민까지 발전해나갔다.

▲뮤지컬 '위키드' 속 옥주현.(사진=뉴시스, 이투데이)

“글린다와 함께 부르는 노래 가사 중에 ‘너와 나’라는 부분이 있어요. 이 부분은 글린다를 연기하는 배우와 제 마이크를 통해 담기는데요. ‘너와 나’라는 세 글자를 부르면서도 몸동작이 바뀌기 때문에,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소리도 달라져요. 자음에서 모음으로 이동하는데 마이크가 바뀌게 되니까요. 제가 소리에 예민해서 그런 부분이 다 들리더라고요. 음향 감독님이 ‘이런 것까지 캐치하는지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요. 그런 부분을 의논했죠. 무척 즐거운 대화였어요. 사실 피곤한 스타일이긴 하죠. 배우로서 요구할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고, 음향 쪽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서로 자존심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음향 감독님이 대화를 장 많이 하는 배우다고 실제로 말할 정도로, 서로 소통을 하고나면 수월해요. 결국 서로 신뢰도 쌓이고, 예술작품이란 측면에서 재밌어요. 작품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그 차이를 예민하게 느끼시더라고요.”

어느덧 그녀가 이렇게 성장했을까. 대중이 기억하고 있는 원조 아이돌 스타의 모습에서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우뚝 서기까지. 아이돌 출신으로서 타 장르에 뛰어든 연기자의 대표 사례로 늘 꼽히는 옥주현은 그 속내를 털어놓는데 서슴지 않았다.

“굳이 나누면, 또 나눠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가수였고 알려진 사람한테 바라는 몫이 있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를 기대하는 부분이지요. 그걸 채워드려야 하는 것도 맞지만, 이 장르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각오가 그랬어요. 연극이나 뮤지컬은 오랜 마니아층이 있을 것이고, 또 광고를 통해 ‘옥주현이 한다더라’라고 하면 ‘우리도 봐볼까’라며 이외에 평소 안 보던 분들까지. 결국에는 공연을 보러오는 모든 분께 만족을 드려야 한다는 결론이지요. 열심히 한다고만 되는 것도 아니고, 제 시간과 노력을 수면 위로 끌어내줘야 하는 것이에요. 사실은 옥주현이 누군지, 제가 방송활동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저의 알려진 이름도 점점 없어지는 날이 오겠죠. 정말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져야 하는 것은 제 노력이 다잖아요. 이름 하나만으로는 어느 순간 사라져요.”

▲뮤지컬 배우 옥주현.(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아이돌 출신이라는 한정적인 타이틀을 딛고, 지금의 뮤지컬 스타 옥주현이라는 명성을 이르게 한 길은 오로지 부단한 노력뿐이었다. 그녀가 믿은 건 실력을 갈고 닦는 일이었다. 선입견에 갇히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이 서른 중반 돼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 ‘발레도 하고 레슨도 계속 받고 왜 애써 사냐’라고 해요. ‘왜 굳이 레슨을 받아?’라고 하지만, 레슨을 받는다고 해서 자존심이 무너지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소속사에서 비용을 대느라 싫어했겠지만, 외국으로 레슨을 받으러 갔다오기도 했는데 그건 저한테 여러 가지 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발레를 시작한 이유도 사실 제겐 숙제 같은 개념이에요. 공연 전 앙상블과 함께 항상 웜업(Warm upㆍ준비운동)을 하는데, 발레, 댄스, 연극 각자가 주 전공으로 한 분야를 돌아가면서 이끌어요. 뮤지컬 무대를 간절히 꿈꾸면서 기초부터 쌓아간 그들을 보며 저 역시 다시 처음부터 쌓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기초와 기본을 갖고 있는 선배가 돼야지’라며 책임감도 들었고요. 왜 보이지 않는 과정부터가 중요한지, 웜업과 시작이 중요한지를 느끼는 거에요. 그래서 끊임없이 기초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발레로 배운 바른 자세는 노래하고 연기하는데 도움이 되고요. 하면 할수록 기본이 중요해요.”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한 후에는 감사해한다. 늘 새로운 것처럼 기뻐하는 마음은 굳이 덧칠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수요일 3시에 공연을 하러오면 햇살은 환하고 날씨는 화창해요. 극장 안은 캄캄한데 기분이 이상하죠. 공연이 시작되면 또 언제 그랬냐 싶게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큰 눈으로 살펴보는 마음이거든요. 시작부터 감사하고, 박수가 있어 감사해요. 밖에서 누가 제 공연을 보셨다고 하면 그렇게 반갑고 격하게 기뻐요. 닭살 돋을 정도로요. 수많은 사람 중에 같은 시간을 공유한 것, 그런 현실 자체가 경이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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