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전성시대] “일단 만들자” 우후죽순… 지원금만 노린 협동조합도

입력 2013-09-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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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금 적어 자금조달 어려움 시달려… 지배력 약해 조합원 간 다툼 소지도

▲지난 7월 ‘제1회 협동조합의 날’을 맞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500인분 팥빙수 만들기’ 행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5명이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주도 아래 처음으로 시행한 협동조합이 지난 8월말 기준 2400개에 달하고 있다. 신드롬 수준을 넘어 '협동조합 광풍'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시간 동안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막상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간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초기자본금 등 사업 자금 조달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불거진다. 협동조합은 참여원이 자치적으로 투자금을 모아 사업을 시행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지원이 없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의 성격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에 회의적인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에서는 협동조합이 새로운 정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월 '협동조합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10년간 협동조합 수를 8000개까지 확대하고 협동조합의 경제규모를 지역 총생산(GRDP)의 5% 규모인 14조3700여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당은 박 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협동조합을 정치세력화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고 의심하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안을 마련,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협동조합 "정부 지원 절실"… 수익모델 필요 = 협동조합은 사업체이자 결사체이다. 사람(인적자원)이 중심이지만 돈(자금)의 결합이 매우 중요한 조직이기도 하다. 즉, 협동조합에서 자금(혹은 출자금)은 사업을 하기 위해 조합원 다음으로 필요한 요소다.

특히 협동조합은 1인 1표 1주 1표제로 투자금액의 다소에 차이가 없이 운영되며 무한증자와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주식회사 제도보다 우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협동조합이 부딪히는 가장 큰 고충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다. 조합원의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로 인해 자금의 안정성을 가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설립 초기 가난한 조합원들의 생계를 배려해 언제든지 환급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것이지만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사소한 문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또 경영 지배력과 경영의 속도가 비교적 약하거나 늦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동 운영을 하다보니 조합원 간의 다툼의 소지가 많은 것이다.

사업 실패자들의 노점으로 출발해 현재는 서울에만 35개의 매장 사업공동체로 자리 잡은 '와플대학' 협동조합은 정부 지원없이 내부 자생력을 갖춘 곳이다. '와플대학'의 손재원 차장은 "조합원 출자금이 작다보니 부담이 없어 많은 문의가 오는데 조합원을 받을 때 신상 정보나 성품 등을 잘 살펴야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 차장은 협동조합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자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시작하는 협동조합이라면 목돈 등의 초기 출자금을 투자 받는 것이 제일 좋다"면서 "협동조합을 위한 대출상품이라든지 지원금이라든지 하는 특혜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왜곡된 협동조합 'NO', 충분한 홍보 필요 = 처음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사람은 장벽에 부딪힐 때가 있다. 아직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등기소나 세무서에서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몰라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 것이다.

현재는 모든 협동조합이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엄격한 심사를 통해 협동조합을 선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만을 노리고 순수한 목적을 잃은 채 왜곡된 협동조합까지 나타나고 있다.

협동조합이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충분히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왜곡된 협동조합이 출현해 시장을 교란시키고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여성 등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소셜메이트 솜 직원협동조합' 역시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자생력을 갖췄다. 이선희 대표는 "협동조합도 법인단체이기 때문에 수익을 내야 하며 수익모델이 확실해야 한다"면서 "이곳은 조합원 개개인의 인적자원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재택근무 등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일한 만큼 수익을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은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귀띔했다. 주민세와 법인세를 다 내는데, 초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에서 홍보를 한다고 하지만 막상 우리를 소개하거나 모임 등을 열 때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알려지지 않아 힘들 때가 많다"면서 "단순히 5명이 모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 때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 등을 적극적으로 알릴 단계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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