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당의 살 길은 '파괴적 혁신'

입력 2019-12-02 05:00 수정 2019-12-0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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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오프라인뉴스룸 에디터

자유한국당이 위기다. 아니 보수의 위기다. 한국당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은 20% 초반대에 묶여 있다.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의 시선은 싸늘하다. 선거법 정국서 외톨이 신세다. 마지막 기대를 건 보수통합도 여의치 않다. 리더십은 실종됐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이런 고민의 다른 표현이었다.

한국당은 탄핵 이후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앞선 적이 한 번도 없다. 정권의 실정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외교 안보 위기가 닥쳐도 요지부동이다. 15~20% 격차로 밀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조사에선 민주당에 15%P 뒤진 23%였다. ‘조국 정국’ 이전의 지지율이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등을 돌린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고스란히 무당층(24%)으로 남아 있다. ‘정권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국당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당을 대안 집권세력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니 지지율 반전이 있을 리 없다. 이대로라면 총선은 해보나 마나다.

한국당이 자초한 결과다. 문제점은 세 가지다. 우선 박근혜당 이미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탄핵은 한국당에 위기를 안겼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박정희 유산’에서 벗어나 자유시장경제를 기치로 제대로 된 보수당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당은 수십 년 동안 ‘박정희 향수팔이’로 버텼다. 그 시절엔 그걸로 충분했다. 자유라는 보수의 가치는 한낱 장식품이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한국당은 과거만 바라봤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 구현이라는 보수의 가치조차 희미해졌다. 경제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시장 규제도 서슴지 않았다. 진보의 가치인 평등 정책을 놓고 진보세력과 포퓰리즘 경쟁을 벌였다. 당연히 백전백패다. 정체성마저 모호한 사이비 보수당으로 전락했다. 이를 바로잡을 기회가 바로 탄핵사태였지만 친박 비박의 책임 공방으로 날려 버렸다. 결국 탄핵사태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친박세력은 여전히 당의 중심세력으로 건재하다. ‘한국당=탄핵세력’으로 비치는 이유다.

둘째는 개혁 반대당 이미지다. 말 그대로 ‘기득권 수구세력’으로 낙인찍혔다. 다수 국민에겐 개혁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 이미지가 강하다. 중요한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 비판을 넘어 생산적인 대안을 내놓고 여권과 비전경쟁을 벌였다는 얘기를 최근 들어보지 못했다. 선거법과 검찰개혁법만 해도 그렇다. 무작정 반대하며 협상조차 보이콧했다. 이들 법안이 한국당을 뺀 여야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야합의 산물이라는 주장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정치 흥정물이 맞다. 그렇다고 대화를 거부할 명분이 될 순 없다. 오히려 문제점을 부각하고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임하는 게 맞다. 합리적 대안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이길 수도 있는 게임이다. 이를 포기한 채 민생법안 처리까지 연계해 막는 한국당에 박수를 보낼 사람은 없다.

인물난도 심각하다. 민주당에 안희정 이재명 김경수 이낙연 조국 등이 뜨고 지는 사이 한국당엔 이들에 견줄 새 인물이 없다. 탄핵 당시 총리를 지낸 황 대표가 야당 내 차기 주자 1위다. 차기는 고사하고 당내 인적쇄신조차 깜깜하다. 잇단 의원 불출마로 인적 쇄신의 물꼬를 튼 것은 민주당이었다. 이미 주도권은 민주당에 넘어갔다. 들끓는 여론에 뒤늦게 ‘현역의원 30% 컷오프’를 들고나왔지만 버스가 지나간 뒤였다. 벌써부터 당내외에서 총선 비관론이 흘러나온다.

한국당이 살길은 자명하다. 파괴적 혁신을 통한 보수통합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다. 모든 기득권 포기가 출발점이다. 당의 발전적 해체는 기득권 포기의 상징적 조치이자 현실적 안이다. 이게 전제되지 않는 한 개혁을 지향하는 보수통합은 불가능에 가깝다. 기득권의 울타리로 선뜻 들어올 개혁 보수는 없다. 당장 탄핵 때 실패한 인적청산부터 난관에 부닥칠 게 뻔하다. 탄핵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친박이 당의 중심인 상황에서 뻔한 결말을 예고한다. 보여주기식 물갈이가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만큼의 인적쇄신이 필수이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인적 청산은 개혁보수의 대전제다. 여기에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을 담아낼 수 있는 정체성 확립과 비전세력의 참여 여부가 보수통합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보수 통합 실패는 자멸을 의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모든 건 기득권 포기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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