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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 ‘키’ 쥔 주거정책심의위… 정부 '거수기' 우려

위원 25명 중 절반이 정부 인사…민간 위원·회의 과정 모두 비공개

오는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재건축·재개발 단지 등에 당장 가격 규제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반드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려면 필수 요건인 투기과열지구이면서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평균 5대1을 초과한 경우 △직전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증가한 경우 가운데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이 같은 정량요건을 충족한 지역 중 주정심이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선별해 심의를 하면 최종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된다.

그런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최종 결정권자인 주정심의 입맛에 맞춰 좌지우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구성원(위원) 대부분이 친정부 성향을 지닌 인사로 채워져 있는데다 회의 과정도 비공개여서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추진하면서 주정심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단계가 바로 주정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정심의 ‘깜깜이’ 운영 방식, 반시장 기조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정심은 위원장(국토부 장관)을 포함한 당연직 13명, 민간 위촉 위원 11명, 시·도시자 1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시·도시자는 택지개발지구의 지정·변경 또는 해제 심의에만 참여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지정 심의에는 사실상 24명이 참여한다.

당연직에는 기획재정부 1차관, 교육부 차관, 행정안전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등 주요 부처 차관급이 이름을 올린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도 당연직 위원이다. 민간 위원에는 교수, 시민단체, NGO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시민단체 관계자의 참여 비중이 높아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거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무려 20여 명이 참여하는 회의지만 개최 시기, 참석 위원, 회의 과정 모두 비공개거나 정해져 있지 않다. 주정심은 주거기본법, 주거기본법 시행령, 국토부 훈령을 근거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회의 개최에 대해서 언급한 내용은 훈령에 나오는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수시로 개최할 수 있다”는 문장 뿐이다. 또 당연직 위원 이외에 민간 위원의 명단, 회의 내용도 모두 비공개다.

전문가들은 주정심의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회의 개최를 정례화하고 주거 정책과 연관성이 낮은 부처의 참여는 제한하고, 회의 과정 역시 공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정심 개최는 연 3~4회 정도 열린다. 상·하반기 재정비사업 국비 교부 안건, 규제지역 재검토 안건으로 개최한다. 올해엔 3·7월에 국비 교부 안건으로 회의가 열렸고, 4월엔 주거종합계획 안건으로 진행됐다. 규제지역 재검토 안건으로는 아직 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회의를 정례화하고 심의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등 정책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의결 조직은 투명성을 통해 책임감이 더 부여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대 교수는 “회의록을 공개해야 위원들도 더 책임있게 회의에 참여한다”며 “구성원도 시장주의자는 제외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시장의 입장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도 포함해야 하고, 모임 역시 분기별로 개최하는 등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정심 위원들도 재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당연직 위원 중에는 환경부와 교육부 등 주거정책과 연관성이 낮은 부처가 대거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민간위원 역시 정부를 견제하며 시장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도 적절하게 안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시 익명을 원한 B연구원은 “(국토부의) 편의적인 방법으로 주정심을 운영하는 것은 주거 정책의 근본적인 타당성과 정당성을 훼손시킬 위험이 있다”며 “주거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의 참여 비중을 훨씬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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