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웨이 사태, 기업에 떠넘길 일 아니다

입력 2019-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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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사태’가 가장 우려했던 국면으로 가고 있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에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지 말 것을 직접 요구하고 나섰고, 미국은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샌드위치 상황에서 양자택일의 기로에 몰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위원회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을 불러, 미국의 대(對)중국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할 경우 ‘심각하고 영구적인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의 부품공급을 유지하라는 요구로, 거래 중단 시 강력한 보복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주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보안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자 선택이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얘기다. 미 국무부도 “한·미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5G 인프라 조달에서 화웨이 같은 공급자들의 위험성을 엄격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화웨이 제재를 골자로 한 미국의 국방수권법과 관련, 물품조달 대란의 우려로 인해 본격적인 시행은 늦추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모호하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화웨이 장비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의 강조다. 정부는 또 5G기지국 등 무선망과 상용기간망은 군사통신망과 분리돼 있어, 화웨이 장비가 한·미 군사보안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화웨이 장비는 이미 국내에 폭넓게 퍼져 있다. LG유플러스의 4G 및 5G 기지국을 비롯, KT, SK텔레콤 등의 유무선 전송망, 서울지하철과 농협, 한전 등의 통신망에 들어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 등 부품 규모만도 작년 106억5000만 달러(약 12조 원)로 전체 대중 수출 1622억 달러의 6.6%에 달했다. 화웨이 사태가 악화할 경우 우리 경제가 받는 피해는 가늠조차 힘들다.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보 위험이 없다는 우리 주장이 먹힐지 의문이고, 제재 동참을 유보하는 입장도 한계가 뚜렷하다.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대한 기업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심하게 당한 경험이 있다. 미국과의 안보동맹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협력도 포기하기 어렵다.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 국익을 지키기 위한 전방위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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