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춘추필법(春秋筆法) - 포폄(褒貶)

입력 2019-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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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참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강제로 이주당해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친 독립유공자의 유해 봉환식을 주관하고 유해를 대통령 전용기에 모시고 귀국했다. 화물칸이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모시고 돌아옴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진즉에 이런 세상이 되었어야 한다. 독립유공자는 곤궁한 생활에 허덕이는데 독립유공자를 가두고 고문하고 괴롭혔던 친일파 경찰은 오히려 호의호식하던 세상은 누가 뭐래도 잘못된 세상이었다. 광복된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타국 땅에 묻힌 독립유공자를 방치해 두었던 지난 세월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세월이었다. 이제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 좌석에 누워 돌아온 독립유공자의 유해를 맞으면서 우리는 진정한 보훈이 어떤 것인지, 왜 보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봐야 할 것이다.

공자가 자신의 고국인 노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편찬하여 제자들 교육에 사용한 역사책이 있다. ‘춘추(春秋)’라는 책이다. ‘봄 춘(春)’과 ‘가을 추(秋)’를 쓰는 春秋는 봄과 가을이라는 두 계절을 들어 흐르는 세월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따라서 원래 뜻은 ‘세월’이었고 차츰 ‘나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역사’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공자가 춘추를 편찬한 이유는 포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였다. 포폄은 ‘褒貶’이라고 쓰며 ‘기릴 포’, ‘깎아내릴 폄’이라고 훈독한다. ‘褒’는 기려 ‘포상(褒賞)한다’는 의미이고, ‘貶’은 ‘폄하(貶下)’의 뜻인 것이다. 춘추는 포폄을 정확히 한 기록의 대표적인 예인데 이처럼 포폄을 정확히 가려 글을 쓰는 법을 ‘춘추필법(筆法)’이라고 한다. 역사는 인물과 사실에 대해 포상과 폄하를 정확히 해야 한다. 역사가 포폄만 정확히 하여 정의가 상을 받고 불의가 벌을 받게 한다면 세상은 바로 서게 된다. 이번 ‘대통령 전용기 유해송환’이 정확한 포폄의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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