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脫한국 러시, 무너지는 산업기반

입력 2019-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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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한국 탈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집계한 작년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액(FDI)은 478억 달러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2017년의 438억 달러보다 9.1% 늘어났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FDI는 100억 달러로 전년 76억 달러에 비해 31.5%나 급증했다. 대기업은 378억 달러로 4.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해외투자 증가는 국내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설비투자는 181조5100억 원으로 2017년보다 4.4% 줄었다. 올해 1분기는 전 분기에 비해 10.8%나 감소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배경이다.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 또한 작년보다 6.3% 줄어든 170조 원 수준에 그치면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산업은행은 내다봤다.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나가는 것은 한마디로 국내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대기업의 해외투자가 두드러지고 있다. LG전자가 평택 스마트폰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긴다. 대기업이 공장을 이전하면 수많은 협력 중소기업들도 따라간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요인이 크다. 현대자동차는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업체 올라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 국내의 신사업 규제로 투자할 기회를 잃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국내 ‘유턴’은 저조하기 짝이 없다. 코트라에 따르면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지원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지금까지 유턴 기업은 겨우 57개에 그치고 있다. 현재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은 1만2500여 개에 이른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대,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납기 대응능력 저하로 국내로 되돌아오는 것을 꺼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 해외 탈출 가속화는 산업생태계 붕괴와 성장동력 쇠퇴를 불러온다. 고용 위축은 당연하다. 올해 2월 기준 전국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평균 74.5%였다. 규모가 큰 서울·녹산·남동·부평·시화·구미 등의 경우 60% 안팎에 불과하다. 제조업 취업자수도 작년 4월 이래 12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산업기반이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는 요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툭하면 파업에 시달려야 하는 후진적 노사관계, 친(親)노동·반(反)기업에 치우친 정책기조, 기득권에 밀린 신산업 규제, 법인세 인상 등에 따른 세금부담 증대 등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다. 이대로는 성장궤도를 되찾기 어렵다. 정책방향의 근본적인 개편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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