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트르담의 경고...무너진 ‘신뢰’ 재건부터

입력 2019-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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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국제경제부 기자

15일(현지시간) 850년 역사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얘기다. 대성당 첨탑이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는 장면에 전 세계가 함께 슬퍼했다.

화재 발생 며칠 후, 한국으로 여행 온 프랑스 친구를 만났다. 노트르담 성당 얘기를 꺼냈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음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 “프랑스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부 물결이 이어지고 있으니 재건이 수월하지 않겠냐”는 말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대기업들의 기부는 모두 생색 내기이며 이미지 개선을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프랑스 부유층들은 앞다퉈 거액의 기부금을 내놨다. 가장 먼저 프랑스 자산 순위 2위인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어링그룹 회장이 1억 유로(1284억 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그 두 배인 2억 유로, 로레알의 베탕쿠르 메이예 일가도 2억 유로를 내겠다고 했다.

국가적 재난 앞에 발 벗고 나선 마음을 위선으로 몰아붙이는 게 조금 지나치지 않나 싶었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일을 해도 비판받는다는 사실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아르노 LVMH 회장의 말도 뭘 하든 욕먹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진심을 폄훼하도록 부추긴 건 다름 아닌 정치였다. 장 자크 아야공 전 프랑스 문화통신부 장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노트르담 재건을 위한 기부에 특별히 세액 90%를 감면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트윗이 퍼지면서 프랑스 부유층의 기부는 결국 세액을 감면받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다. 엉뚱한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한 대기업들은 대성당 재건 기부금에 대해 세액 공제를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부유층의 기부 동참이 프랑스에 대한 진정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인지,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한 꼼수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뭘 해도 그 저의를 의심받는 불신이 사회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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