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흔들리는 이란 경제…눈치보는 EU

입력 2018-11-06 15:27 수정 2018-11-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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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대 압박’에 이란 일일 석유수출량 5월 이후 40% 감소

▲4일(현지시간) 이란 시민들이 전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란 시민들이 전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길을 막으면서 본격적인 제재를 시작했다. 이란 경제에 타격을 줘 정치적으로 굴복시키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이란 시민들뿐만 아니라 이란핵협정(JCPOA)을 지지했던 유럽 국가들까지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은 5월 8일 이란핵협정을 파기하면서 주요 파트너 국가들에도 두 번의 마감기한 내 이란과의 거래를 정리할 것을 종용했다. 첫 기한이었던 8월 6일까지 미국은 이란의 달러 거래를 차단했고 자동차산업과 카펫 생산 같은 이란의 주요 산업을 옥좼다. 두 번째 기한은 11월 5일, 이날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최대 압박’해 미국이 원하는 바대로 이란이 방향을 선회하기를 바란다. 5월 2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이란이 취해야 할 12가지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이란은 미사일 개발 계획과 헤즈볼라, 하마스, 지하드 등 중동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이 시리아로부터 모든 병력을 철수하고 이라크에 있는 시아파 민병들을 무장해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이를 모두 거부한 상태다.

그러자 미국은 이란의 경제적 핵심 ‘석유 수출’을 겨냥했다. 이란 석유 수출량을 제로(0)로 수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석유는 이란 정부 수입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예산 지출의 60%가 국영 기업과 기관에 배분되는 구조라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 국가 경제구조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 5월 이후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하루 280만 배럴에서 현재 180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8월에 발효한 이란의 금융 부문에 대한 기존 제재 또한 강화한다. 5일을 기점으로 이란의 중앙은행을 포함해 다른 은행들과의 금융 거래가 금지된다.

유럽연합(EU)은 미국발 대이란 제재에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미국은 이란을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지 몰라도, 유럽 국가에는 사업을 벌일 큰 시장이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국제 비즈니스를 규제하는 조처를 하면서 유럽국가들은 이 제재를 피해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수석외교관은 9월 말, EU가 특수목적회사(SPV)를 세워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원활하게끔 하는 안을 소개했다. 현금이 오가는 대신 석유에 대한 지불을 섬유 생산 기계로 대체하는 식이다.

그러나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유럽이나 다른 국가가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EU 국가들은 미국 눈치도 보면서 자국 산업과 사업을 보호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았다. 눈치를 보던 독일의 지멘스, 다임러와 프랑스 알스톰, 토탈 등 유럽 대기업들은 이란 사업을 접었다.

미국이 이란핵협정을 탈퇴한 후로 이란 리알화 가치는 올해 가을까지 약 7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인플레이션은 급증하고 있다. 이란 에너지 수출은 6월 이후 거의 3분의 1로 감소했다. 이란에서 사업을 접고 미국으로 가는 기업들도 늘었다. 이 때문에 이란 시장은 점점 혼란에 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수년간 미국의 제재를 버틴 경험이 있는 이란은 곧바로 ‘저항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경제부문에서 ‘저항’과 ‘반미’ 정서가 커질수록, 정치적으로도 오히려 이란핵협정에 반발했던 이란 내 초강경 보수파들의 세력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정부의 제재는 국제법에 어긋나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치라면서, 당당하게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계속 석유를 수출해 미국의 제재를 깰 것”이라며 국민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합의 당사국들에 핵 합의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골라말리 호슈루 유엔주재 이란대사도 “미국은 뻔뻔하고 대담하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이란 시민들이 테헤란에 있던 과거 미국대사관 건물 앞에서 미국 타도를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란 제재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1979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 물가는 40%가량 뛰었다. 인플레이션과 함께 실업률도 오르고 있다. 알리 라비에이 전 이란 노동부 장관은 8월 미국의 첫 제재 이후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테헤란대학의 사데흐 지바칼람 정치학 교수는 DW에 “물가는 계속 오르고 생계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40년간 이란은 미국이라는 자명한 적과의 전쟁으로 불필요한 대가를 치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재는 이란을 끝장내지는 못할지언정, 우리의 진보를 막을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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