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골든 인도’ 가다①]인도경제 이끈 민간 소비…2억8000만 중산층 잡는다

입력 2018-10-04 06:00 수정 2018-10-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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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성장동력 발굴 나선 은행들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 인도만큼 자신에게 꼭 맞는 표어를 삼은 곳도 드물다. ‘믿기 어려운 놀라움’은 인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국민 상당수가 우리 돈으로 한 달 3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살아가지만 매년 7~8% 고속 성장을 한다. 인구 13억5400만 명으로, 2025년 중산층 인구만 전체의 40%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으로선 인도는 또 믿기 어려울 만큼 사업하기 어려운 곳이다. ‘노 프라블럼(No Problem)’을 외치며 느긋하게 협상에 나서는 인도인들에게 말리기 일쑤다. 그런 인도가 문재인 대통령이 신(新)남방정책 핵심으로 꼽으면서 다시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국내 은행들도 앞다퉈 인도로 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을 지원하고, 현지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투데이가 인도로 가 금융시장 현황을 알아보고 국내 은행의 생존 전략을 들어봤다.

◇‘자국민 보호’ 원칙인 인도 금융시장 = 인도 금융시장 원칙은 ‘자국 보호주의’다. 외국 자본에 거리를 두고 엄격한 규제를 들이댄다. 사회주의식 계획 경제의 흔적이다. 2016년 기준 국영은행만 20개다. 총 자산과 예금액 기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나마 1991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외국 자본이 숨 쉴 곳이 생겼다. 애초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HSBC은행과 씨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 등 외국계 은행도 이때 인도에 진출했다.

아직 ‘개발도상국’ 취급을 받는 인도지만, 금융산업은 ‘선진국’ 수준이다. 식민 지배를 받았던 영국의 영향으로 산업 틀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박정원 신한은행 뉴델리 부지점장은 “인도를 ‘이머징 마켓’이라 부르지만, 인도 금융시장은 전혀 아니다”라며 “신용도 높은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도 못 받을 만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다만 틀에 비해 속은 알차지 않다. 2016년 기준 계좌를 보유한 인구는 전체의 60% 수준이다. 접근성도 떨어진다. 현금지급기(ATM)는 100만 명당 10개다.

이러한 빈틈을 찾아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6개 국내 은행이 인도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폐쇄적이고 규제가 강한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국내 은행이 특히 골머리를 앓는 부분은 ‘우선지원 분야 대출(PSL)’이다. 농업과 중소기업, 수출금융, 교육, 주택, 사회 인프라 등 정부가 정한 분야에 우선 대출을 하는 제도다. 올해 기준 전체의 36% 수준을 맞춰야 한다. 2020년 이후 40%로 오른다.

지점 한 곳 내는 일도 쉽지 않다. 6개 은행은 지점 최종 인가까지 평균 2년이 걸렸다. 뉴델리나 뭄바이 등 대도시에 지점을 냈다면 다음은 소도시 차례다. 골고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인도 당국 방침이다. 신한은행이 아메다바드와 랑가레디, 푸네, 칸치푸람 등 전국 곳곳에 있는 이유다.

인도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느림’이다. 대출을 실행하는 데 약 1~3개월이 걸린다. 한국은 2주면 끝난다. 인도인들은 계약서 문구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끝까지 협상에 나선다. 국내 은행으로서는 ‘비효율성’이지만, 인도 나름의 효율적인 대처다. 빠르지만 헐거울 수 있는 계약을 하기보단,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히 하겠다는 것이다. 인도인의 강한 수 싸움도 늘 힘겹다. 늘어지는 협상에 먼저 나가 떨어지기 십상이라고 한다. 이용효 하나은행 첸나이 지점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인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며 “인도를 모르면 백전백패”라고 했다.

◇인도 진출 국내 기업 300개… 2020년 중산층 3억 명 =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은 인도를 반드시 잡아야 할 기회의 땅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국내 기업 446개는 이미 인도에 진출했다. 1996년 처음 공장을 세운 현대차는 올 상반기 27만여 대를 팔아 일본·인도 합작사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장 1위 자리를 중국 샤오미에 내줬지만 여전히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기아차도 이르면 내년 초 현지 공장을 가동한다. 국내 기업이 활약하다 보니 은행들도 금융 지원을 위해 속속 자리를 잡았다. 최종적으로 현지화가 목표지만, 당장 국내 기업들이 1순위 고객이다.

탄탄한 내수 시장도 국내 은행을 끌어들이는 매력이다. 인도는 2년 만에 8%대 경제성장률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모디 노믹스’로 인도가 향후 몇 년간 고도 성장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디 노믹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내놓은 경제정책으로, 크게 ‘메이크인 인디아(Make In India·제조업 투자)’, 인프라 구축 등이다. 2016년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실시한 화폐개혁과 지난해 세제개혁이 성공을 거두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 내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재선되면 ‘모디 노믹스’는 더욱 탄력을 받는다.

특히 인도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동력은 민간 소비다. 지난해 전체 GDP 성장의 67.3%를 이끌었다. 인도국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인도 중산층은 약 2억760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와 비슷한 규모다. 김문년 기업은행 뉴델리 지점장은 “인도는 코끼리다. 평소 조용하지만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속도가 무척 빨라 주변을 다 휘저어버린다”고 표현했다.

이미 금융시장 발전에도 속도가 붙었다. 전자지갑 업체 페이티엠(PayTM)의 성장은 압도적이다. 2016년 화폐개혁 당시 현금 부족 사태를 겪으며 급격하게 컸다. 페이티엠은 은행 계좌 없이 송금 가능하고, 세금부터 통신 요금 지급, 장보기까지 할 수 있다. 곧 은행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 인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2010년부터 인도 정부가 추진해온 ‘아드하르(Aadhaar)’ 프로젝트 역시 변수다. 아드하르 프로젝트는 전 국민의 홍채와 지문 정보를 등록한 생체인식 신분증을 만드는 제도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다. 이미 전 국민의 90% 이상이 등록했다. 일부 금융회사가 이를 이용해 시범적으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특유의 빠른 금융서비스로 현지 진출 국내 기업과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현지기업 거래 비중은 1% 미만이지만, 향후 3~5년 내로 20~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리테일 영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욱 우리은행 첸나이 지점장은 “초기에는 삼성과 현대를 보고 나왔지만 언제까지 이 기업들만 바라볼 수 없어 현지화가 당면 과제”라며 “현지 대기업, 외국계 기업과도 거래를 계속 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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