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초생달

입력 2018-06-1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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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동원이는 내 머리를 당겼다. 동원이는 노려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히죽거렸다. 그 모습이 얄미워 동원이의 지우개를 던져버렸다.

“선생님! 나연이가 제 지우개 던졌어요!”

선생님은 나와 동원이를 보시더니 둘 다 남으라고 하셨다. 나는 화를 냈지만 동원이는 히죽 웃기만 했다. 잠시 뒤 동원이는 뜬금없이 앞으로 머리를 당기지 않을 테니 다람쥐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내 머리만 멀쩡하다면 다람쥐 정도는 봐 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시키신 교실 청소를 끝낸 후에 우리는 함께 학교 옆 동산으로 향했다. 동원이는 앞서가다 도토리를 주워 내게 건넸다. 이게 뭐람. 주머니에 쑤셔 넣고 짜증 가득한 얼굴로 동원이를 따라갔다. 동원이가 가더니 우뚝 섰다.

“눈을 감고 소리를 들어봐.”

동원이의 진지한 모습에 놀라 얼떨결에 눈을 감았다. 풀벌레 소리, 나뭇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이제껏 한 번도 귀 기울이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연아.”

눈을 떠보니 동원이가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엔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그 날 다람쥐는 결국 없었다. 집에 가는 길에 나는 동원이와 초승달에 대해 생각했다.

다음 날 학교에서 2교시가 되어서야 동원이가 어머니와 함께 교실에 들어왔다. 선생님이 동원이의 전학 소식을 전했다.

“나 전학 가. 다들 잘 지내.”

동원이가 쓸쓸히 교실 밖으로 나갔다. 단 한 번도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뒤 선생님은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동원이가 나를 많이 좋아했었고 내가 없는 학교는 싫다고 많이 울기까지 했었다는 것을. 곧바로 동원이를 찾았지만 이미 학교를 떠난 뒤였다.

집에 가는 길에 주머니 속에 동원이가 건네준 도토리가 손에 걸렸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문득 고개를 드니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얼마 전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상자 속 그 도토리를 발견하고 난 뒤부터 언제나 같은 10년 전 과거로 돌아간다. 오늘도 수많은 별들 사이로 그때와 같은 초승달이 걸려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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