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화끈하게 하는 게 謝過의 정석

입력 2018-04-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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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사과의 시대다. 해외에선 페이스북, 테슬라, 스타벅스의 CEO가 연달아 사과했다. 국내에서도 대한항공의 물컵 투척 사건, 삼성증권의 공매도 사건, SK텔레콤의 통화 불통 사건으로 인해 다양한 사과가 줄을 이었다. 사고는 누구나 당하고 실수할 수 있지만, 진정한 사과는 훌륭한 리더만이 할 수 있다. 역사에서도 다르지 않다.

중국 조나라의 명장 염파는 재상 인상여를 정적(政敵)으로 생각해 미워하고 험담을 일삼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잘못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인상여의 집에 찾아가 윗도리를 벗고 회초리를 진 채 사죄한다. 위나라의 조조는 자신의 말이 우발적 사고로 농민의 밭을 짓밟아 법령을 어기자 곤형(髡刑, 머리카락을 자르는 형벌)으로 대국민 사죄했다.

당 태종은 ‘정관정요’에 회과(懷過, 실수를 생각함)장을 별도로 둘 정도로 실수를 반성했다. 공자는 “잘못을 살펴보면 그 사람 됨을 알 수 있다”[人之過也 各於其黨 觀過 斯如仁矣]고 말했다. 제자 자하는 “소인은 실수를 하면 꼭 꾸미고자 한다”[小人之過也 必文]라고 말했다.

사과의 과(過)는 여러 의미다. 지나온 과거, 기준을 넘음, 조심하지 않고 지나침, 종합하자면 과거에 기준을 넘은 것을 모르고 지나친 것이 드러나는 게 과오다. 잘못을 인정하고 물심양면으로 정중히 사례하는 의식이 사과다.

평판의 시대인 오늘날, 사과는 필수적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이다. 잘한 사과는 전화위복의 역전을 만든다. 못한 사과는 급전직하의 암전을 부른다. 먹히는 사과는 상대의 불신, 불만, 불안의 3불(不)을 해소해준다. 해명(解明), 공명(共鳴), 천명(闡明)의 3명(明)을 갖추고 있다.

해명은 신뢰, 공명은 감동, 천명은 안심을 준다. 첫째, 해명이다. 사고 원인과 진정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주는 설명이다. 둘째, 공명, 현재 피해자 내지 관련자에 대한 불만의 공감과 연대를 표현한다. 셋째는 천명, 재발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지 대책이다. 3불을 해소하는 3명이 갖춰질 때 사과는 막히지도, 튕겨지지도 않고 먹힌다. 이를 최근의 사과문을 통해 살펴보자.

먼저 유사(類似) 사과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경우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애매한 사과 아닌 사과였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는 관행으로 핑계를 돌렸다. ‘다른 것’을 ‘틀리다’라고 하는 것도 잘못이다. 틀린 것을 높낮이 다름으로 돌리는 것은 궁색하다.

다음으로 위장 사과다. 불리한 상황에 밀려 ‘해주는 척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게 역력한 사과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의 경우다. 변명만 있고 공명, 천명의 대책이 없다. 조양호 회장의 뒤늦은 사과문은 시기를 놓친 데다 구체적 대책이 빠져 아쉽다. 이는 스타벅스가 막대한 금전 피해를 무릅쓰고 미국 8000여 개 점포의 문을 닫고 종업원 교육에 들어가겠다고 한 전면 대책과 대비된다.

다음으로 통보형이다. SK텔레콤이 6일 통화대란 후 보낸 냉정한 문자 사과다. 월정액 이틀치 요금 보상을 강조했을 뿐, 통화 불통으로 인한 불편에 대한 공명이 보이지 않았다. 주체가 빠진 무연고(?) 사과인 것도 아쉽다.

끝으로 유체이탈형 사과다. 삼성증권의 공매도 사건 사과문이다. 대표 이름으로 사과 주체 명시는 좋았다. 단, ‘대표 이전의 투자자로서 참담’운운은 실책이다. 2007년 ‘마텔’ 장난감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 성분이 검출됐을 때, CEO 로버트 에케트는 중국 OEM 제품이었는데도 핑계 없는 전면 반성을 했다.

“나도 같은 피해자‘라는 소극적 동감만으론 부족하다. 적극적 공감이 더해져야 가슴을 울린다. 공감 없는 동감은 유체이탈 화법이다. 해명, 감명, 천명의 3명으로 불신, 불안, 불만 3불을 해소해야 좋은 사과다.

리더인 당신, 사고는 막을 수 없더라도, 사과는 먹히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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