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10년 돈 잔치 끝났다

입력 2018-03-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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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쓰러지는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금리를 0%대까지 내리고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했다. 세계 경제는 점차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성장궤도에 들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3.9%의 높은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는 돈 잔치를 벌이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누렸다. 문제는 금융 거품이 꺼질 경우 세계 경제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금융시장 기능을 정상화하고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기준금리를 서서히 높이고 통화를 환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유발한 미국 경제는 2009년 성장률이 마이너스 2.8%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0~0.25%로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펴서 4조5000억 달러의 자금을 풀었다. 동시에 부실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세를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가 넘던 실업률이 최근 4.1%까지 떨어졌다.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아 고속 성장의 거품이 꺼지는 불안을 맞았다. 중국은 통화 팽창과 구조조정을 서둘러 불안을 극복했다. 지난해 중국은 1300만 개가 넘는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일본은 엔화를 무제한 방출하는 아베노믹스로 위기에 대처했다. 최근 일본 경제는 일자리는 많으나 근로자가 부족한 고용 잔치까지 벌이고 있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이 미흡했다. 부실 산업을 방치한 채 기준금리를 1.25%까지 내리고 부동산 경기부양에 치중했다. 이에 따라 경제가 거품에 들뜨고 저성장의 함정에 빠졌다. 최근 제조업 가동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인 9.9%까지 치솟았다. 이런 상태에서 10년의 돈 잔치가 끝나자 증권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밀어닥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상승하고 물가상승의 압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반영하여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증권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며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제 세계 경제는 어느 나라가 먼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산업 발전의 우위를 확보하는가에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여 ‘미국 우선’ 정책을 표방했다.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주요국에 긴급수입 제한, 보복관세 부과, 호혜세 도입 등 갖가지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고 규제를 풀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미래 산업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고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속수무책이다.

한국 경제는 고금리와 금융 긴축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외국 자본이 대거 유출하여 금융시장이 다시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면 산업이 황폐하고 기업들이 연쇄 부도 위기에 처한다.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산업들이 이미 국제 경쟁력을 잃은 상태다. 최근 한국GM이 거액의 적자를 내고 공장의 폐쇄 위기에 처했다. 외국 기업들까지 경제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자칫하면 한국 경제가 경쟁력을 잃고 국제 무역전쟁의 희생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부실 산업에 대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신산업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일으키는 것은 물론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여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가 어떤 산업 정책을 펴는가에 경제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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