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속으로] 금융업계의 중국 진출 전략…“마오쩌둥을 보라”

입력 2018-02-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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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증권업계 인사들을 만날 때면 비슷한 질문을 받는 일이 많다. 각자 표현은 다르지만, 요약하자면 ‘중국 금융 시장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공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간 한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이 다투어 주요 대도시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국 진출에 공을 들였지만, 사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자 답답함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1946년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일어난 ‘제2차 국공내전(國共內戰)’ 이야기를 꺼낸다. 당시 국공내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장제스(蔣介石)가 이끄는 국민당은 미국의 지원 속에 신식 무기로 무장된 430만 명의 군대를 갖고 있었던 반면,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공산당은 무장도 낙후된 127만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오쩌둥의 승리로 끝났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문화적 토대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군사력 면에서 열세였던 공산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마오쩌둥의 ‘농촌포위도시전략(農村包圍城市戰略)’에 있다. 중국의 특징을 잘 파악한 마오쩌둥은 당시 국민당의 세력이 가장 취약한 농촌부터 공략하자는 전략을 펼쳤다. 먼저 중국의 농촌 대부분을 장악한 뒤, 그곳에서 실력을 키우고, 이후 도시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중국 전체를 장악할 수 있었다.

뜬금없이 역사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마오쩌둥의 전략은 오늘날 중국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중국 내 서양식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1위 기업인 ‘디코스(Dicos·德克士)’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1990년대 중반 디코스는 채 2년이 안 되는 기간에 13개 대도시에서 53개의 직영점을 구축하는 대규모 투자를 하며 맥도날드, KFC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뒤떨어졌던 탓에 결과는 좋지 않았다.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디코스는 전략을 수정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직영점을 과감하게 폐쇄하고 맥도날드와 KFC가 기피하는 2선 도시와 3선 도시에 진출했다. 공룡기업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고 서양식 패스트푸드가 공백인 지방 도시와 농촌 지역을 먼저 공략한 것이다. 나중에 맥도날드와 KFC가 이후 이들 지역에 진출했을 때는 디코스의 현지 브랜드파워가 막강해진 뒤였다. 기반을 탄탄히 다진 디코스는 상하이에 2000호 직영점을 내며 대도시 공략을 시작했다.

제2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화웨이’도 같은 전략을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통신설비 공급상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창업 초기 기술 역량의 부족을 인식하고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승부를 걸었다. 우선 농촌의 교환국을 확보한 뒤, 점차 큰 도시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급 도시와 성급 도시를 차례로 거쳐 중국 국가통신망의 주요 공급상으로 성장했다.

중국 대도시에 경쟁적으로 지점을 만들던 한국 금융·증권사들은 2013년부터 지점을 줄이는 추세이다. 이들 회사가 중국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까닭도 ‘전략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이들이 진출했던 대도시는 중국 시장이라기보다 글로벌 시장에 가까웠다. 막대한 자본력과 노하우를 앞세운 세계적 투자은행(IB)의 틈바구니에서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현지 사무소만 개설했던 한국 증권사들은 마땅히 자신만의 특색을 어필하지 못했다.

중국 시장 공략을 고민하는 한국의 금융·증권기업에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한 가지이다. ‘마오쩌둥을 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분야 후속 협상의 일환으로 지방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시기이다.

산둥, 칭다오, 웨이하 등의 자유무역구로 눈을 돌린다면, 훨씬 편안한 환경에서 경쟁자 없이 중국 시장을 잠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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