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의 세계경제] 인도를 보며 다시 중국을 주시한다

입력 2018-02-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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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주요 국가들이 동반 성장하며 세계경제 전망에 10년 만에 희색(喜色)이 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대 전반 세계경제는 더 높은 성장세를 보였는데 중국의 기여가 컸다. 앞으로 인도가 비슷하게 견인차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인도의 사정은 중국과 많이 달라 이는 기대난(期待難)이다. 2000년대 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을 지칭하는 BRICS가 세계경제 논의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았다. 이들은 여러 면에서 큰 나라들이어서 이들의 본격 성장은 상당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2000년 당시 인도의 개인당 소득이 제일 낮았고(1960달러, 나라 간 물가 차이를 감안한 금액) 중국이 2900달러로 그다음이었다. 나머지 세 나라의 소득은 중국의 두 배 정도였다.

2016년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중국의 소득은 5배 이상 증가하여 1만5500달러를 기록한 반면, 인도의 소득은 6500달러 수준이다. 이제 중국의 소득은 브라질과 남아공보다 높다. 중국, 인도 두 나라의 인구가 각각 약 13억 명 수준이어서 양국의 소득 증대는 세계 평균을 움직인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쓰는 공산품의 상당분을 공급하던 세계의 공장 중국은 지구 각지에서 각종 원자재를 엄청나게 수입하며 진공청소기로도 불렸다. BRICS의 일원이자 주요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도 원자재 가격 상승의 큰 수혜자였다.

늘어난 중국 중산층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뀌며 육류 등 먹거리 수요가 늘자 각종 식량의 가격도 치솟았다. 당시 중국 덕을 보았던 미국 중서부의 옥수수 재배 농가들이 향후 인도의 성장으로 다시 호황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때와 같지 않을 것이다. 인도에는 중국처럼 두터운 중산층이 없기 때문이다.

신흥 중산층의 대표적 서비스 분야 소비는 해외 여행이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해외 여행객 수는 약 1억 1700만 명이었다. 같은 해 인도 여행객은 2000만 명이었다. 중국의 2007년 개인당 소득이 인도의 2016년 수준과 비슷했는데 당시 해외 여행객이 4000만 명이 넘었다. 같은 해 인도의 해외 여행객은 약 1000만 명이었다. 인도 여행객 규모의 정체(停滯)는 지금까지도 해외 여행이 고소득층의 전유물이라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평균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산층 인구가 별로 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인용된 인도의 소득배분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와 40% 그룹이 2000년대 초 각각 전체 소득의 약 40%를 가져갔다. 이에 비해 최근엔 10% 계층의 몫은 전체 소득의 55%로 크게 늘고 40% 계층의 몫은 30%로 크게 낮아졌다.

25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약 반인 젊은 인도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하지만 아직도 농업이 주된 분야여서 실업률이 높고, 전체 문맹률이 30%에 가깝다. 많은 이가 영어 사용국으로 알고 있지만 10명 중 1명 정도가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동 영양 문제, 높은 전염병 위험 등 아직도 최빈국의 모습을 벗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인도가 중국의 전철(前轍)을 밟으리라 기대하고 그곳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애플, 중국의 알리바바 등 굴지의 회사들이 실망스러운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인도는 ICT, 제약 및 바이오, 인공위성산업 등 자랑할 만한 기술력이 있지만 이런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은 제한적이다. 하이테크 산업만으로는 두터운 중산층의 기반이 될 만큼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인도와의 거리를 계속 넓혀왔지만 지금까지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공기 질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굴기(굴起)를 더해가는 중국이 갈수록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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