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피봇을 하라, 단 냉정하게

입력 2018-01-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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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창업자가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피봇(Pivot)이다. 보통 ‘방향 전환’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피봇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점을 중심으로 도는 행동‘이다. 주로 농구, 투포환 등 바라보는 방향과 다른 쪽으로 재빠르게 몸을 전환하는 능력이 승산을 가르는 경기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이것이 벤처 전략에 적용돼 초기 아이템이나 사업모델의 방향을 능동적으로 바꾸어 나가는 상황을 지칭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잘 아는 결제시스템 페이팔도 처음엔 보안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뒤 6차례 피봇을 통해 지금의 모양으로 성공했다. 인스타그램도 다중(multi-feature) 모델 SNS였지만 경쟁사인 포스퀘어(foursquare)와 모델이 비슷한 데다 별 강점도 없자 과감하게 이미지 중심의 SNS로 변신해 성공한 사례다.

피봇에 대한 가장 흔하고 위험한 오해는 ‘성과가 미진한 아이디어의 무조건적 폐기’와 ‘무조건적 재빠름’이다. 벤처들이 자기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져 잘 바꾸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피봇을 위한 피봇은 위험하다. 벤처라는 기업활동의 가장 큰 특징 중 주요한 DNA는 성장이다. 꼭 정해진 숫자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창업을 평가할 때 보통 주당 수익 성장(weekly revenue growth)을 고려하는데, 수익이나 유저(user) 수가 전주보다 약 5% 이상 성장한 경우를 건강한 벤처 모델로 본다. 5% 밑으로 계속 떨어지면 피봇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간 성장이 이보다 훨씬 못 미치는데도 많은 벤처들이 피봇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모델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이다. 시장의 정량적(定量的) 시그널이 좋지 않은데도 정성적(定性的) 논리로 이를 정당화하려는 성향이 문제다. 마켓 성장의 정량적 지표가 1%라고 해도 이를 해석하는 정성적 정보(qualitative information)는 많은 경우 분명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많은 창업자들이 원하는 정보에 더 큰 비중을 두며 ‘내 모델이 맞겠지, 상황이 이것저것만 변하면 되겠지’라고 정당화하며 초기 모델을 끌고 나가려 한다. 이미 들어간 노력(sunk cost)에 대한 과대 평가와, ‘이만큼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하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도 한몫을 한다. 이런 현상은 특히 초기 투자에 좀 성공한 벤처가 심하다.

시장 시그널에 맞춘 무조건적 피봇도 문제다. 성장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이것저것 벽에 던져보고, 붙는 것을 취하겠다는 식의 태도도 위험하다. 초기의 것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것을 지향하는 자세도 조심해야 한다. 피봇은 무작위적 시행보다는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한 성장 엔진에 대한 근본적 가설 검증 전략(strategy)이 되어야 한다.

다만 벤처라는 특성상 과거 데이터에 너무 큰 비중을 두어서도 안 된다. 초기 아이디어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피봇을 가설의 수립과 검증으로 프레임할 필요가 있다. 피봇이 초기 아이디어 수립과 다른 점은 초기 아이디어를 진행하며 가설 검증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 있다는 것이다. 즉 어느 부분에 자원을 집중하고,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하는지 전환 지점을 데이터로 감을 잡고 진행할 수 있다.

유저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정량·정성적 지표를 모두 분석한 결과 성장 모델에 큰 미래가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접는 결단력도 창업자들에게 크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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