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내가 본 게 아니면 무효야!

입력 2017-11-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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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한 치도 틀리지 않을 만큼 지난 며칠간 날씨는 무척 꾸물댔다. 뿌연 하늘이 안경 벗은 세상처럼 몽롱하고 환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건만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그 정체도 알 필요조차 없다는 듯 만사가 귀찮아지는 날씨다. 날씨마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날, 지인에게 금방이라도 ‘첫눈’이 내릴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며칠 전 이른 아침에 ‘첫’ 눈이 왔었다는 답을 내게 했다. 첫 번째 눈을 맞지 못한 아쉬움에 내가 보지 못한 ‘첫눈’은 ‘첫’ 눈이 아니라고 나는 우겨댔다.

회사의 대표로 지내다 보면 가끔 직원의 고민 상담역이 될 때가 있다. 아주 개인적인 것도 있지만 대부분 그들의 눈에 비치는 회사 내의 현상에 대한 고민들이다. 상사가 자기의 의견을 너무 하찮게 여긴다는 상실감의 토로도 있으며, 누군가가 자기를 험담하고 다닌다는 것을 나에게 그들 또한 험담하기도 한다. 대놓고 동료를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 “사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의 고민은 결국 천진난만의 표정을 쓰고,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한 사람의 말만 들은 상태에서 내 의견을 말해야 할 때 상당히 난감하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는 의미에서 “어”라고 짧게 대답하고 마치려 하지만, 굳이 내 의견을 말해야 할 때는 제3자의 행동에 대한 상당한 ‘전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조차도 올바른 행동은 아니기에 내키진 않는다. ‘그가 그랬으면 어쩌지?’, ‘설마, 그럴 리가…’ 선입견에 해(害)가 갈 만한 그 어떤 생각도 마음과 머리에 떠올려서는 안 되지만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함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반드시 잊어야 한다. 누구의 의견이든지 단 1%의 궁금증이 평형을 유지하고 있던 객관적인 시각에 파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선입견이다. 선입견이라는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미 객관성은 사라진다. 더불어 선입견을 가진 이가 객관적으로 옳았을지언정 감정적 죄스러움에 방황하기도 한다.

영화 ‘미스 슬로운(Miss Sloane)’에 등장하는 선입견에 대한 얘기다. 신부가 수녀를 차에 태워 이동하던 중 수녀의 무릎에 손을 얹는 죄를 저지른다. 이때 수녀는 재치(?)를 발휘해 “신부님, 누가복음 14장 10절을 떠올리세요”라고 읊조린다. 신부는 죄의식을 느껴 손을 거두지만, 아무 일도 없는 듯 집에 돌아가 누가복음 14장 10절을 펼쳐 본 후 땅을 친다.

무엇이라고 적혀 있었을까? 선입견에 대한 적절한 예는 아니겠으나 미루어 짐작하는 것만큼 미련한 짓은 없다는 슬픈(?) 교훈이다. 그냥 물어보면 된다. 아는 척을 할 필요도 없으며, 아는 척을 한다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무식(無識)이란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알려고 하지 않고 짐작만으로 판단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내가 ‘본’ 첫눈이 아니면 ‘첫’ 눈이 아니다”라는 말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배제하고 살아갔으면 하는 나 스스로와의 실생활 워딩인 것 같다. 내가 그를 직접 보지 못하고 하는 대답이 어찌 맞는다고 할 수 있으며, 속속들이 이유를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내리는 섣부른 판단이 어찌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피어오른다. 묻기 힘든 말일지라도 물어서 판단할 때 비로소 후회 없는 최소한의 객관성을 담보하게 된다.

누가복음 14장 10절. “벗이여, 더 높이 올라앉으라. 그럼 그대에게 영광이 있으리!” 미루어 짐작하지 말자. 내가 ‘본’ 첫 번째 눈이 ‘첫’ 눈임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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