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투기의 정석’ 조건 갖춘 바이오주

입력 2017-11-23 10:44 수정 2017-11-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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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부 차장

바이오주가 연일 급등세다. 오죽하면 코스닥에는 ‘바이오’와 ‘바이오가 아닌 주식’으로 둘로만 나눠져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바이오주가 버블, 즉 투기 3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지적한다.

우선 바이오주의 이상 열풍이 투기로 의심되는 데는 시장 참여자들의 무지(無知)에서 연유한다. 바이오산업은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이다 보니, 복잡한 전문 분야를 이해할 만한 투자 전문가들이 많지 않다. 혹여나 개별 사안에 대해 이해도가 높을지는 몰라도 신기술과 글로벌 신약의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해 그 회사의 미래가치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경우는 극도로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뢰할 만한 정보 자체도 많지 않고 정보가 알려졌을 때 그 정보에 대한 분석도 찾아보기 힘들다.

투자자의 무지를 잘 이용했다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의 면역항암제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다.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BSM 등 글로벌제약사들이 바이러스 신약 개발 회사들과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제약사의 신약에 바이러스 면역항암제를 같이 투여했을 때 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관련 바이오 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정보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달 사이다.

하지만 실제 이는 올해 일이 아니다. 투자자들의 기대와 같이 라이선스를 글로벌제약사들이 인수할 것이었다면 이미 작년에 인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해외에서는 지난해 일어난 일을 당시에는 깜깜이로 있다가 올 하반기 들어 갑작스레 대형 호재로 반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 1조 원 가치가 있다는 신약 하나가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일부의 분석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5조, 10조 원으로 하루가 지날 때마다 꿈꾸는 가치가 늘어나고 있다.

둘째는 상징성이다. 신약이나 바이오시밀러 회사에 대해 분석하거나 비교하는 것이 100조, 200조 원이 넘는 글로벌제약사들의 시가총액이다.

‘화이자의 한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판매하니 화이자 시가총액이 얼마인데 이 정도는 가야 하지 않겠냐’는 무책임하고 단순한 논리가 시장에 팽배하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가격을 낮췄을 경우 또는 오리지널 약품 이외에 다른 신약이 개발돼 또 다른 경쟁 구도가 생길 위험이나 상황 등의 변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셋째는 수급이다. 최근 바이오 광풍의 한 축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기대감’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124조 원가량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고, 이 가운데 2% 정도만을 코스닥에 투자 중이다. 이를 10%로 늘리면 10조 원가량이 코스닥시장에 추가로 투입된다. 연기금 전체로는 약 13조 원이 추가로 코스닥에 풀릴 것이란 기대가 팽배한 상황이다.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약 246조 원)의 5.3% 규모다.

그러나 13조 원 규모의 바이오주를 한순간에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나눠서 매수하는 것이 그동안의 연기금 매매 형태였던 걸로 볼 때 지금과 같은 기대는 너무 앞서 나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려스러운 것은 바이오주의 급등 중심에는 개인투자자가 있다는 점이다. 바이오주 가운데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이는 주식과 아닌 바이오주는 신용, 미수 가능 여부, 혹은 외국인과 기관의 비율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바이오 주식에 외국인과 기관의 비율이 낮은 경우 개인들의 매수 행렬이 이어져, 급등폭은 더욱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투자정보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는 바이오 기업들의 대응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향후 해외시장 진출 등 중요한 정보에 있어 정확한 상황 판단보다는 장밋빛 미래를 언론에 노출하며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주들이 결국 거품으로 끝날 광풍인지, 실질적인 기업가치로 상승을 반영한 것인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동향, 정보와 그에 따른 분석이 부족한 점, 바이오 기업들의 부적절한 투자 정보 공개와 뜬구름 잡는 예상, 해당 기업이 어떤 신약 기업인지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도 그저 차트를 보면서 매매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만연한 이 상황이 걱정일 뿐이다.

투자는 개인의 판단으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 행여라도 한순간에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남 탓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설경진 기자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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