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글로벌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필요한 금융의 역할은

입력 2017-11-0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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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경쟁력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전체 137개 국가 중 26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작년보다 개선됐지만, 항목별로는 다소 편차가 존재했다. 12가지 평가 항목 중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평균에 못 미치는 항목은 △제도적인 요인(institutions) △노동시장 효율성(labor market efficiency) △금융시장 성숙도(financial market development)였다.

금융은 실물부문에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실물부문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금융시장 성숙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과 관련해 몇 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금융시장 성숙도를 세부 항목에서 살펴보면 금융서비스 가용성(81위), 대출 접근 용이성(90위), 은행 건전성(91위) 등이 80위를 넘어서는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 건전성은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작년 대비 순위가 크게 개선(102위→91위)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금융서비스나 대출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는 금융서비스가 편중되고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의미다. 기본적인 금융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을 코앞까지 추격해 온 중국의 금융시장 성숙도(48위)를 비교해 보면 한국(74위)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을 보더라도 법적권리지수(legal rights index·제도를 통해 금융 이용자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정도)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 중국이 핀테크를 활용해 금융 저변을 확대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했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자상거래 및 핀테크 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벤처 창업이 활발하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셋째, 중국과의 비교에 있어 더욱 주목하는 것은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financing through local equity market), 대출 접근의 용이성(ease of access to loans), 벤처캐피털 가용성(venture capital availability)에서 한국이 중국에 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실물경제의 피’로서의 금융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리스크가 달라지기 때문에 금융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이 태동하는 스타트업(start up) 구간에서는 벤처캐피털과 같은 모험 자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후 기업은 성장기와 성숙기를 거치게 된다. 성장기에는 자본시장과 대출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숙기에는 대출이 기업의 유지 및 발전을 뒷받침하게 된다. 금융이 다변화하고 균형을 잡아야 기업의 스타트업 이후 초기 성장 단계에서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이후 기업의 성장과 함께 자본시장과 대출시장의 발전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대출이나 벤처캐피털 접근성이 좋지 않다면 좋은 기업을 육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 및 노동시장 효율성 제고 등도 필요하지만, 금융시장 성숙도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국가경쟁력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는데 금융시장 성숙도는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더욱 적극적이고 글로벌 중국 기업이 출현하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 편중된 금융시스템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기업의 탄생이나, 이들 기업의 초기 생존율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국가경쟁력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중·장기적 산업 정책과 다변화한 금융 생태계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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