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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패러다임 시프트]‘親노동 정책’ 더 받고 덜 일하는 시대… 노사 상생이 답이다

[이투데이 문선영 기자]

판도 바뀌는 노동시장

노동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고용·노동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놓고 오랜 기간 선(先)성장 후(後)분배 논리, 혹은 경제우선주의 아래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던 해묵은 과제들이 해결되면서 발생하는 필수불가결한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급격한 변화로 인해 산업계의 생태계가 흔들린다면 오히려 상황은 더 후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경영계와 노동계의 극심한 입장 차이는 노사갈등을 초래,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이익만을 고집한다면 양측 모두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타협을 전제한 소통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쏟아지는 親노동 정책, 바뀌는 노동시장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양대 지침 폐기 등 친(親)노동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 노동존중사회 실현 등 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주요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제고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 변화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특히 노동존중사회 실현은 소득주도성장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핵심기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동존중사회 실현은 사회적, 인권적 의미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노동자들에게만 유리하고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터혁신은 노동자들의 작업장 내 자발적 참여에 의해 발전한다”며 “높은 임금과 작업장 내 보장된 발언권은 일에 대한 헌신과 제안활동에 대한 열정을 불러 온다는 것은 수많은 이론과 현실에서 입증되어 왔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 산업계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내년 인상되는 최저임금부터 부담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일 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주당 최대 근로시간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할 것이란 입장이다.

소득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측의 주장이지만 이는 또 다른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2018년 15% 인상될 경우 인건비 부담은 추가로 2018년 0.80%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는 사업체 규모별로 상당히 차이를 보이는데, 4인 이하 사업체의 부담 증가는 전체의 두 배 이상이라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소송도 노동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8월 31일 6년을 끌어왔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에서 노조가 일부 승소했다. 회사 측은 판결이 몰고 올 후폭풍을 우려하며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적용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후폭풍은 거셌다. 기아차가 국내 모든 사업장에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잔업을 없앤 것으로 사실상 감산체제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사 측은 상여금과 중식비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됨에 따라 회사 측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회사 측 관계자는 “이번 통상임금 소송 1심 패소로 회사가 부담하게 될 비용이 1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특근·잔업시간을 늘어나면 회사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어 잔업 중단 등을 통해서라도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부담 증가로 일자리 창출 어려울 수 있어= 산업계에서는 통상임금 판결이 몰고 올 후폭풍이 기아차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번 판결로 인해 각 사업장에서 노조나 근로자들의 비슷한 통상임금 소송이 잇따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전체 노동비용 증가 규모는 적게는 20조 원, 많게는 38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증가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노동시장의 경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시장 정책이 이어지면 기업들로서는 고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가뜩이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급격한 노동정책 변화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타협을 전제한 소통을 통해 노사 간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한 여야 간 정치권 타협을 이끌어 내면서 단계적으로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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