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대법원장 인준의 정치학

입력 2017-09-20 10:27 수정 2017-09-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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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문제가 지금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야권의 협조를 당부할 만큼 이 문제를 정권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발언에 상처를 받은 이들이 있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자신이 과거에 일본어인 “뎅깡(てんかん•転換)”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야당을 자극했던 데에 대한 사과라고 할 수 있다.

우원식 원내대표 역시 “적폐연대”라고 표현한 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여당 투 톱의 이런 사과는 야당, 특히 국민의당이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과를 보면서 정치에 있어서 명분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끔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 정치권은 그런 노력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대방에게 움직일 수 있는 명분만 마련해 준다면 꼬였던 일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텐데, 그 명분 마련에 인색했던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었다는 말이다. 상황이 이랬기 때문에, 그냥 일방적으로 상대의 굴복만을 강요하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 식의 투쟁만이 우리 정치판을 지배했다.

그래서 이번 여당 투 톱의 사과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통령의 절절한 부탁이 나오기 전에 스스로 먼저 이런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옆구리 찔러서 절 받는 모양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공은 이제 국민의당으로 넘어갔다. 상대가 명분을 줬으니, 이제 국민의당이 결단할 차례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이 과연 어떤 결단을 할지는 모르겠다. 안철수 대표의 의중을 아직은 몰라서이다. 부결로 끝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 직후 안철수 대표가 한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는 점을 또다시 보여주려 한다면, 이번 대법원장 인준 표결도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문재인 정부의 정국 운영은 엄청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이수 전 헌재 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도 실패했고, 박상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한 상황에서,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마저 실패한다면 그 타격의 정도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가 이번에도 이런 결심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의 경우,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마저 반대했을 때 불어올지 모를 역풍을 걱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호남 지역 의원들이 안 대표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철수 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도 섣불리 이번 인준안 부결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이번 인준안 표결에서도 국민의당은 자유투표를 하겠다고 한다. 당위론적으로는 인사 문제에 대한 투표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안들도 자유투표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은 이른바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보편화하지 못한 우리 정치판의 현실을 볼 때, 국민의당의 자유투표가 다소 생소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국민의당의 자유투표는 결국 안철수 대표의 당 장악력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인준안이 부결될 가능성보다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장악력과 리더십이야말로 안철수 대표가 앞으로 뚫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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