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저커버그, 정치는 당신의 길이 아니오

입력 2017-09-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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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차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자꾸 커져만 가고 있다. 아예 구글에서 저커버그를 검색하면 ‘대통령’과 ‘대선’이 연관 검색어로 딸려 나온다.

이런 추측을 더욱 부추긴 것은 바로 저커버그 자신이었다. 저커버그는 매년 새해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해왔는데 올해 목표는 ‘미국의 모든 주를 방문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었다. 너무나 정치적인 목표에 대통령 출마설이 부각된 것은 당연지사.

저커버그는 신년 목표와 관련해 자신의 대선 출마설을 완강히 부인해왔다. 가장 최근인 5월 말 오하이오 주의 한 가정집을 방문한 자리에서 “2020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애매모호한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자신과 부인 프리실라 챈이 세운 자선재단의 활동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8월 여론조사 전문가인 조엘 베넨슨을 영입했다. 베넨슨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2008년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던 데이비드 플루프도 저커버그 진영에 합류했다. 저커버그는 미국 전 대통령들의 사진기사도 자신의 개인 사진기사로 채용했다. 한마디로 2020년 대선에 당장 나서도 될 만한 팀을 이미 갖춘 것이다.

저커버그가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모든 사람은 직업의 자유가 있고, 대통령을 꼭 전문 정치인이 해야만 한다는 이유도 없다. 저커버그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해도 이를 막을 권한도 이유도 없을 것이다.

다만 기업인들이 정치에 나서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저커버그는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기업인 출신 대통령일 정도로 기업인은 유권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무명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과 땅콩농장 농장주였던 지미 카터보다도 못하다. 그리고 트럼프의 좌충우돌 행보로 기업인 출신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진흙탕에 젊고 유망한 기업인인 저커버그가 발을 내딛는 것이 좋은 일일까 반문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이윤 극대화가 최고의 선(善)인 기업 CEO와,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통령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CEO와 야당과 반대파와도 아울려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도 너무 다르다. 저커버그가 제아무리 훌륭한 꿈과 이상을 들고 나온다 해도 대통령이 되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할 개연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저커버그는 무려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가진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수장이다. 정치판에 뛰어들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페이스북의 여론을 바꾸려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설령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의혹이 계속 제기될 것이다. 이런 부담을 짊어지고 대선에 뛰어들 이유가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돈키호테와도 같았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것이 저커버그에게 새로운 야망의 불을 지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굳이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꿀 능력이 충분하다. 그가 본받고자 하는 빌 게이츠는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그 어떤 대통령보다 더 큰 일, 즉 전 세계의 빈곤, 질병과 싸우고 있다. 저커버그의 길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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