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94. 이의민(李義旼) 아내 최씨

입력 2017-09-1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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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횡포’ 일삼은 고려 최고 무신의 妻

고려 무인집정(武人執政) 중 하나인 이의민(李義旼·?~1196)의 처 최씨의 혈통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없다. 다만 남편 이의민의 아버지가 소금장수이고 어머니가 사찰의 종이었던 것으로 보아, 최씨 또한 부귀한 혈통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천한 핏줄을 타고 태어났지만 남편 이의민은 신장이 8척이나 되었으며 힘으로는 누구도 당할 자가 없었다. 젊은 시절에 남편은 두 형과 함께 시골 마을에서 불량배 노릇을 하다가 투옥된 적이 있다.

이때 두 형은 옥에서 굶어죽었으나, 타고난 체력 덕분인지 남편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았다. 그 용력(勇力)에 감탄한 지방관의 추천으로 남편은 서울의 직업군인이 되었다. 그때 최씨도 남편을 따라 상경하였는데, 마침 날이 저물어 개경(開京)의 성 밖 사찰에 투숙하게 된다.

그런데 그날 밤 남편은 기이한 꿈을 꾸었다. 성문에서 대궐까지 뻗쳐 있는 긴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꿈이었다고 한다. 사실 남편 이의민은 그 전에도 귀인(貴人)이 될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개경에 도착해서도 유사한 꿈을 다시 꾸자 아마도 그때부터 비상한 야망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꿈은 곧 현실화되었다. 미천한 출신이었던 남편은 무신정변(武臣政變)을 통해 고급 장교로 일신하였고, 그 이후 벌어진 무인들 사이의 정쟁(政爭)에서 승리하여 최고 집정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고 권력을 장악한 남편은 이후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하층민 출신으로 권력을 잡았지만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자신의 저택을 짓기 위해 남의 토지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거주지까지 빼앗는 악행을 일삼았던 것이다.

그런데 최씨는 남편의 이런 악행을 막기는커녕 한술 더 떴다. 그것은 ‘고려사(高麗史)’가 최씨를 “성질이 흉학하고 사납다”고 평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갑자기 출세한 사람들이 더 교만하고 벼락부자들이 더 탐욕을 부린 꼴이라고 하겠다.

고려의 역사에서 최씨와 같은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의민처럼 천한 출신이었다가 최고 집정자의 지위에까지 오른 김준(金俊)의 아내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남편이 임금을 초대하기 위해 이웃집을 헐어 집을 매우 크고 넓게 지었는데, 그의 아내는 “장부의 눈구멍이 이처럼 작냐!”며 핀잔을 주었다고 전한다.

여하튼 성질이 사납던 최씨의 말년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최고 권력자인 남편이 자기 집 여종과 사통(私通)한 것을 알았을 때, 그녀의 운명은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그녀는 남편의 애인인 여종을 참아낼 수 없어 결국 때려 죽였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종과 맞바람을 피웠다가 남편에게 걸려 결국 내침을 당했던 것이다. 최씨를 내쫓은 이의민은 그 뒤 양가집 규수 중 얼굴이 예쁜 여자가 있으면 데려가 결혼하고는 다시 버리는 일을 반복하였다고 전한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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