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국민 모두가 함께 키우는 아이

입력 2017-08-2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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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녀를 보기 위해 딸네 집에 들렀다. 사위가 많이 도와주긴 하지만 태어난 지 9개월을 넘긴 외손녀와 하루 종일 씨름을 하자니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딸아이를 보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고충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낀다. 화장실에 갈 때에도 문을 열어놓고 아이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 하고 샤워하면서 아이를 달래느라 춤을 추는 엄마도 있단다.

친구를 만나 차라도 한잔 하면서 수다를 떨고 싶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며 보채는 아이 때문에 포기한 지 오래란다. 한시라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 때문에 잠 한번 실컷 자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밥 또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퍼 넣거나 우유나 주스 한 잔으로 때웠다고….

그나마 ‘친정 찬스’나 ‘남편 찬스’를 써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복이 많은 경우이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직장맘이 육아의 십자가를 혼자 뒤집어썼다는 ‘독박육아’라고 생각하면 절망감과 외로움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아빠들의 육아 프로그램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베풀 듯이 한번 해 보거나 아내가 요청하면 마지못해 도와주는 육아와, 매일매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엄마들의 육아는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빠들이 육아에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육아는 여전히 엄마의 몫으로 생각하고 모성애만을 내세우던 시대는 지나갔다.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려면 기업의 배려가 절대적이다. 정시 퇴근이나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같은 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지만 의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우는 여직원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지 말고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엄마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엄마가 육아휴직을 찾아 쓰기도 눈치가 보이는 세상에 아빠가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간 큰 놈’으로 취급받는 분위기 속에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나 보육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임산부 배려석이지 지정석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하철에서 배부른 임신부를 혐오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내 자리를 먼저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화장실에서 모유를 먹이는 일이 없도록 수유실이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자연분만이나 모유 수유를 안 하고 두세 살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해서 나쁜 엄마, 독한 엄마, 자격이 없는 엄마라고 몰아붙이지 말자. 모처럼 나만의 차 한잔을 ‘허락’하기 위해 카페에 온 엄마들을 ‘맘충’으로 매도하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민폐를 끼치는 개념 없는 부모도 있지만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돌발적인 상황 때문에 폐를 끼칠 수밖에 없는 부모를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져 주자.

아기 의자와 분유를 탈 따뜻한 물 등 요구하는 것도 많고 소란을 피우면서 식당에서 기저귀까지 가는 아기와 엄마들이 곱게 보일 리 없겠지만 눈총을 주지 말고 따뜻하게 챙겨 주는 것도 봉사의 하나라고 생각할 수 없을까? 민폐를 끼치는 사람은 제한해야 하겠지만 모든 아이의 출입조차 거부하는 ‘노키즈 존’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출산장려금 몇 푼이나 아동수당만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출산율만을 높이기 위한 책상머리 정책에만 기대고 조부모들의 역할만 바랄 것이 아니라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국민 모두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마음으로 우리 의식과 환경부터 바꾸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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