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택시 운전사’와 송강호·박근혜

입력 2017-08-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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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흥행 돌풍이다. 대중의 찬사와 비판이 뒤따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화 관람은 화제가 되고 전두환 전 대통령 측근의 영화 날조 주장은 논란이 된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사실무근의 극단적 주장부터 평론가의 전문적 비평까지 다양한 영화평이 쏟아진다. 20일 한국 영화로는 열다섯 번째 ‘1000만 관객 영화’로 등극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 운전사’다.

‘택시 운전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주장, 비평의 현시(顯示) 속에 획일적 해독만을 강제하려는 이념적 공격과 정서적 폭력도 고개를 내민다. ‘택시 운전사’뿐만 아니다. 근래 들어 한국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불허하는 불온한 물리력이 자주 등장한다.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다양한 의견을 압살하는 사상적 폭압, 작품을 정치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지시적 주장, 진영 논리에 상반된 해독과 비평에 대한 무차별 비난 등이 횡행한다.

관객은 창작자와 함께 영화를 완성하는 공동 저자(co-author)다. 관객은 영화 텍스트를 해독하고 의미를 만드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 텍스트를 해독, 비평, 감상할 때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똑같은 작품도 수용자의 성별, 지역, 나이, 종교, 학력, 경험, 지식, 가치관, 이데올로기 등에 따라 다르게 해독된다. 인상적 의견 제시부터 문화적 상상력과 지적 분석 논리를 동원한 전문적 비평까지 여러 문양의 해독이 존재한다. 문화 텍스트 해독과 비평은 시비(是非)의 문제가 아닌 완성도와 전문성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 텍스트에 대한 하나의 해독과 의미만이 옳다는 획일적 시선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왜 그럴까. “문학은 독자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도록 할 뿐이다. 똑같은 작품을 1000명이 읽으면 감상이 1000개가 나와야 한다. 한국 문학 교육은 정답이 정해져 있으니 정답을 빨리 찾아내라고 해 문제다.” 소설가 김영하가 tvN ‘알쓸신잡’에서 한 지적에서 알 수 있듯 문학을 비롯한 문화 교육 문제도 하나의 원인이다. 또한, 진보와 보수 등 특정 진영에 부합하는 논리와 의견만 옳다는 독선과 불통의 커뮤니케이션 일상화, 다름을 차이로 인정하지 않고 차별로 대응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영화와 문화에 대한 획일적 시선 강요는 “국정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라고 강조한 박근혜 정부가 소설가 한강부터 배우 송강호까지 수많은 예술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배제와 탄압을 자행한 국가 폭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영화와 문화에 특정한 입장과 시선만을 강제하거나 하나의 의미와 해독만을 강요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반(反)헌법적 폭력이자 예술가에게 자기검열을 내재화시키는 반문화적 행태다.

“내가 가장 무섭게 생각한 것은 소문만으로도 블랙리스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기 검열을 시작하면 심리적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다. 영화를 선택할 때 ‘이 작품은 정부가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택시 운전사’ 출연 제의를 거절하다가 주연으로 나선 송강호의 발언은 문화에 대한 획일적 시선 강요 폐해의 증언 그 자체다.

1000만 넘는 관객이 ‘택시 운전사’를 보면서 각자의 해독을 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만드는 다양한 시선을 허용해야 한다. 해독 방식과 입장에 따라 긍정적 혹은 비판적 의미를 만들 수 있는데도 진영과 권력 강화를 위해 획일적 시선만을 강요하며 불온한 물리력을 동원하면 문화는 죽는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진다.

“박근혜 정권 때라면 ‘택시 운전사’가 1000개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흥행할 수 있었을까?” 한 관객이 극장을 나서며 던진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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