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식회사 대한민국

입력 2017-07-24 10:39 수정 2017-07-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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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정부부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가 ‘우리가 나서야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의 영역을 침해하는 일이 잦아지자, ‘(주)대한민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은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인사 청문회에서 정부가 배달앱 시장에 개입하거나 배달앱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개발한 외국인 개별자유여행 상품(FIT)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해, ‘민간 비즈니스 모델 베끼기’ 논란이 일었다. 관광공사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돕겠다는 취지라지만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경찰청 모바일 앱 ‘사이버캅’은 민간 기업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 하는 유관 업체 설명회나 간담회조차 정보를 캐내고 사업을 탈취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업체와 세미나를 한 후 정책에 반영한다고 해놓고 그걸 베끼는 경우가 있다”며 “전형적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탈취 과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원인에 대해 공무원들의 보여주기식 성과주의 행정을 꼽기도 하고, 공공 부문이 비대해진 것을 문제로 삼기도 한다.

위의 사례들은 이미 민간에서 잘하고 있는 영역에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끼어든 것으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민간 업체를 바라보는 관(官)의 시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과 공공의 영역을 구분 짓는 선이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같이 개인정보보호법상 공공에서만 데이터의 접근이 가능하거나, 사회서비스업처럼 공공적인 가치가 높은 경우 공공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정책 담당자가 계속 관찰해 민간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토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업계 간담회를 통해 민간에서 할 수 있다면 추진 계획에 넣지 않고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얼마든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공공이 해야 할 영역인지, 아니면 민간에 맡겨야 할지 정책 담당자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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