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짜리’ 통상임금 폭탄 터지나…기아車 명운, ‘신의칙(信義則)’이 변수로 등장

입력 2017-07-21 10:16 수정 2017-07-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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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원 짜리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계 현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첫 판결로, 결과에 따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아차 근로자 2만7458명이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낸 소송의 1심 판단이 내달 17일 나온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지난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사측에 722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만일 노동조합 측이 승소할 경우 사측이 부담할 액수는 기본급과 수당, 퇴직금 변동 등을 고려할 때 최대 3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 2조4615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향후 연간 수천억 원대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될 수 있어 경영 악화 우려가 깊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교보생명, 한국GM,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다른 업계의 통상임금 소송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

법조계에선 노조의 주장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통상임금 판단 핵심 기준 중 하나인 ‘고정성’에서 상당한 입증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의 경우 현대자동차와 달리 ‘상여금 시행세칙’이 없다. 지난 2015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던 현대차 노조의 경우. 이 상여금 시행세칙 때문에 고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번 판결에서 ‘신의칙’이 막판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기아차 변호인은 20일 열린 최종변론에서 “과거 지급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맞다고 하더라도 신의칙 적용 문제는 사회적 파장이나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어 “기아차의 어려움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도 노사간 통상임금 합의가 되지 않아 추가 소송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의 임금협상에서 관행적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했다는 점을 들어 통상임금 판결에서 ‘신의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 역시 그동안 매년 임금협상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합의했다.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진행된 임금협상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이같은 변론은 대법원이 지난 2013년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추가임금 소송을 제한하며 제시한 ‘신의칙’ 적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 판결 이후 이어진 여러 건의 대규모 소송에서 노동계에 비교적 유리하던 통상임금 소송의 흐름이 사측으로 기울었다. 서울고법은 2015년 8월 아시아나항공 근로자 27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노사가 상호 합의한 통상임금액 및 임금인상률을 훨씬 초과한다”며 ‘신의칙’ 적용을 인정했다.

◇ 신의성실의 원칙이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信義)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민법 제2조 1항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공동생활의 일원으로서 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성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노사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합의한 임금체계를 다시 해석해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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