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화채(花菜)

입력 2017-07-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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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매우 덥다. 수박을 사 들고 가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시원한 수박을 숭숭 썰어 크게 한 입 베어 물어, 흐르는 수박 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을 양으로 ‘후루룩’ 하고 흡입하며 깨물면 그 달콤하고 시원한 맛에 더위가 주춤 물러선다. 수박을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예전에는 수박화채를 많이 해 먹었는데 요즈음에는 숭숭 잘라서 후루룩 먹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화채 만들기가 적잖이 귀찮기 때문이다.

화채는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꽃 화(花)’에 ‘나물 채(菜)’를 쓰기 때문이다. 직역하자면 ‘꽃나물’이다. 나물은 “고사리, 도라지, 두릅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기도 하고, “나물을 삶거나 볶거나 혹은 날것으로 양념하여 무친 음식”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화채의 ‘채’는 비록 ‘나물 채(菜)’를 쓰기는 하지만 결코 나물과 같은 반찬은 아니다. 이때의 ‘채(菜)’는 그냥 ‘먹거리’라는 뜻이다. 화채는 꽃을 직접 넣거나 꽃모양을 내어 만든 ‘꽃 먹거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은 화채를 “꿀이나 설탕을 탄 물이나 오미잣국에 과일을 썰어 넣거나 먹을 수 있는 꽃을 뜯어 넣고 잣을 띄운 음료”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우리는 시원한 음료를 이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먹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예쁘게 만든 화채는 정말 보기도 좋았고 먹기도 좋았다. 그런데 이런 화채가 차츰 우리 생활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쉽게 뽑아 먹을 수 있는 냉커피의 맛에 익숙해진 데다가 과일을 먹더라도 그냥 싹둑 잘라서 ‘와작’, ‘후루룩’ 깨물어 쉽게 먹어버리는 그 ‘쉬움’에 길들여 있기 때문이다.

더위는 쉽고 편리한 방법만으로는 쫓아지지 않는 것 같다. 마음 안에 화채를 만들어 먹고자 하는 여유가 자리할 때 비로소 더위가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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