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英 메이 총리에게서 보이는 익숙한 그림자

입력 2017-06-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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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은 국제부 기자

“테리사 메이 총리는 이제 ‘데드 우먼 워킹’으로밖에 볼 수 없다.”

8일(현지시간) 영국 집권여당인 보수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자 조지 오스본 전 재무 장관이 한 말이었다. ‘데드 맨 워킹’은 죽은 사람이 걸어다닌다는 뜻으로, 사형집행장으로 향하는 사형수를 일컫는 말이다.

총선이 끝나고 메이 총리의 행보는 데드 우먼 워킹 그 자체였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그녀의 총선 이후 행보가 “이상하다”고까지 했다. 메이 총리는 런던 서부의 고층 아파트 그렌펠타워 화재가 발생한 지 이튿날이 돼서야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것도 신변 안전을 핑계로 아파트 주민이나 기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소방 당국자들과 면담만 한 채 홀연히 현장을 떠났다. 민심을 돌보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피해 주민들을 만났지만, 메이 총리의 ‘영혼 없는’ 위로는 오히려 영국민의 공분에 기름을 부었다.

메이 총리의 안일한 대처가 스스로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8일 패배한 총선의 시작과 끝에는 메이 총리가 있었다. 브렉시트 정국 돌파를 위해 원래 2020년 예정이던 총선을 앞당긴 것도 메이 총리였고, 일찌감치 ‘승리한 선거’라는 전망에도 충격적인 패배를 한 원인도 메이 총리의 ‘불통(不通)’ 스타일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메이는 평소에도 내각 인사들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는 모습은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올려지는 부분이 많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늑장대응과 이를 둘러싼 각종 의혹, 측근들과만 대화하는 밀실 정치에 대한 비판 등이 그것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탄핵(彈劾)’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채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메이 총리도 역시 사퇴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메이의 실각을 거론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은 메이 총리에게 만회할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부디 메이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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