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입력 2017-05-11 12:25 수정 2018-01-04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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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자본시장부장

멈춰져 있던 국정이 다시 움직이는 것을 보니 쌓였던 체증이 내려간다.

취임 당일 행보도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첫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 및 국정원장 후보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직접 소개하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고, 이들 후보자는 취재진과 질문·답변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또한 비(非)검찰인사인 조국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발탁, 검찰 개혁을 위한 한 수를 바둑판 위에 올렸다. 이는 부정이 난무했던 전 정권과 단절하고, 권위가 아닌 소통을 앞세우는 행보를 통해 탄핵의 후유증으로 갈가리 분열된 민심을 하나로 모으자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험난함이 예고되는 5년의 첫 발걸음을 막 떼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쌓인 내ㆍ외부의 과제는 쉽사리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우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외교가 상당 부분 무너졌다. 한국 외교의 처절한 실패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이해 대립과 이에 따른 경제 보복은 둘째 치고, 사드 비용 전가 발언으로 100년 우방이라던 미국과는 엇박자까지 일어났다.

협의 대상국에 일단 ‘뱉어놓고 흔들기’ 전략을 능수능란(能手能爛)하게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사드처럼 국제 정세에 민감한 부분까지 양국 간 협의 없이 일방적인 메시지가 나왔다는 것은 우리 외교 채널의 부재를 방증한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은 4월에만 3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무장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일본과는 소녀상과 독도 문제로 양국 간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물론,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전화해 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고 조기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국제 정세의 기류가 다소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두 사람의 대통령 선거 승리를 같이 축하하자”라는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으나,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그는 자신의 본진에서 한미FTA 재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재조정 등을 강도 높게 요구할 것이 뻔하다.

정치가 그렇다면, 경제 상황은 어떤가. 최근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잠시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이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하며 그 정도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장기간 정체하고 있으며, 국민소득도 2만 달러대를 10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일류기업이 되자며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고 뛰었던 수많은 중소기업은 이제 과거로 사라지고, 대기업의 하청업체로만 존속하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전체 고용의 90%를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활동 반경은 위축되고, 하청관계 속에서 고용의 질도 점점 추락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도 최근 위기이다. 조선·해운업이 대거 집중된 경남 지역은 이미 수만의 실직자가 양산됐다. 이는 곧 우리 산업을 이끌던 중공업 단지가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같은 몰락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업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가 홀로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대적인 투자 앞에 미래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대통령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통령은 절대 권력을 지닌 ‘왕’이 아니지 않는가. 더구나 변호사 문재인과 대통령 후보 문재인, 그리고 대통령 문재인의 판단과 행동의 기준점은 미묘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조율가에 훨씬 가깝다. 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었냐며 지지층이 흔들리고, 정권의 추진 동력이 상실되는 어리석음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정치권은 당리당략(黨利黨略)을 떠나 정치적 언어를 통한 협력(협치)에 나서야 할 때이다. 이는 집권당을 떠나 여ㆍ야 모두에게 주어진 ‘현 상황’의 사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둘러싼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회복하지 못할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2003년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어젠다 2010’이라는 국가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대로 가면 독일의 미래는 없다며, 노동·산업·복지·환경·행정 등 전 분야를 모조리 뜯어고치는 모험이었다. 예상대로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한 국민의 반발은 극심했다. 연금보험의 수령 연령 65세에서 2035년까지 67세로 상향, 건강보험 대상의 축소, 노인 양로보험 개인부담 2배 인상 등의 강도 높은 처방은 독일 국민을 광장으로 나서게 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의 수장이었던 기독교민주당(CDU) 앙겔라 메르켈은 이 같은 기회를 슈뢰더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이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반대가 아닌 강한 지지로 슈뢰더 정권에 힘을 보탰다. 훗날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의 개혁을 지금까지 11년째 유지했고, 2003년 11.7%였던 실업률을 2015년 6.3%로 낮추며 성공으로 이끌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첫날, 첫 행보로 경쟁했던 대선 후보들에게 위로 전화를 하고 야당 대표를 차례로 만나 협력을 요청한 것도 공조, 공동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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