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의 햇살과 바람] 저 꽃 같은 웃음

입력 2017-04-07 13:0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살다 보면 내가 애써 마음을 준 사람에게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있고 내가 홀대를 하며 무관심했던 곳에서 뜻밖의 사랑을 받을 때가 있다.

며칠 전 나는 전혀 마음 두지 못하는 곳에서 큰 선물을 받았다. 힘에 부쳤을까, 지독한 몸살로 그야말로 고꾸라져 앓아 누워 있다가 겨우 일에 등 떠밀려 일어난 아침에 나는 방향을 알 수 없는 진한 향기에 내 이름을 부르는 아찔한 빛과 향기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어디야! 향기 나는 쪽으로 더듬으며 좁은 마루에서 후각의 예민성을 살려 찾아낸 동양란분이 그 주인공이었다. 겨울에나 피는 꽃 아닌가? 밖에는 꽃들이 화려한 춤을 추고 있는 시기 아닌가.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저것이 생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무관심 속에서 그 난분은 놀랍게도 두 개의 튼실한 꽃대를 뽑아 올리고 거기 8개의 환상적인 꽃을 피워놓고 있었다.

언젠가 상을 받을 때 누군가 축하의 선물로 준 난분인데 더 이상 꽃을 보리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다. 갑자기 대접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꽃들이 너무 감사해서 뭐든 달라면 줄 것 같은 마음으로 고맙다, 고마워 하면서 그 둘레를 떠나지 못했다. 심하게 마음 쓸 일이 있었음에도 나는 꽃 앞에서 행복했다. 이참에 저것이 죽는 게 아닌가 안쓰러웠던 어머니가 하늘에서 보낸 격려의 깃발인가도 생각했다. 아직도 쯧쯧 혀를 차는 어머니가.

너무 밖으로만 헤매고 다닌 것 같다는 무위의 방황을 다시 생각했다. 꽃을 사 오려고만 했다. 집 안에서도 꽃피울 게 있다는 발견의 눈이 나는 아무래도 어두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늘 화가 나 있었다. 누구도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나 혼자의 화는 다분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이 세상을 향해 가지고 있는 숙명적인 분노는 내 앞의 소중함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다. 주인인 나의 무관심이 서로 친하지 않게 방치했는지 모른다.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은 유보하고 멀리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를 타는 불성실이 결국은 나를 외롭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격하기 쉬운 사람의 벌은 행복을 옆에 두고도 행복을 모르고 산다고 누가 말했던가. 시련의 보상이 어디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내가 남달리 어려운 여건에 있었다기보다 과다하게 느끼는 감성으로 유독 어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흘린 탓이 아닌가 한다.

지겹다. 방만한 비언어적 과장이 나를 더 지치게 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진실이며 다시 자아로 돌리는 시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 가지지 못하는 그리움의 공간이야말로 다가서려는 나의 의지이며 문학의 가치라고 내가 나에게 타이른다. 향기가 다시 온 집 안을 맴돈다. 향기에 가까이 있고 싶어 나는 며칠 마루에서 잠을 잤다. 자다가 눈을 뜨면 향기가 내 옆에 누워 있다. 내 꿈도 향의 이불을 덮고 있었으리라.

신기하게도 너무 오래가는 저 꽃 같은 웃음을 지금 웃어 본다. 현재야말로 가장 강력한 신성(新性)이므로.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종합] "대중교통 요금 20% 환급"...K-패스 24일부터 발급
  • '빅테크 혼조'에 흔들린 비트코인, 변동성 확대…솔라나도 한때 7% 급락 [Bit코인]
  • "불금 진짜였네"…직장인 금요일엔 9분 일찍 퇴근한다 [데이터클립]
  • '범죄도시4' 개봉 2일째 100만 돌파…올해 최고 흥행속도
  • “안갯속 경기 전망에도 투자의 정도(正道)는 있다”…이투데이 ‘2024 프리미엄 투자 세미나’
  • "한 달 구독료=커피 한 잔 가격이라더니"…구독플레이션에 고객만 '봉' 되나 [이슈크래커]
  • 단독 교육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은 ‘2000명’ 쐐기…대학에 공문
  • 외국인이 준 초콜릿에 수상한 '구멍'…유튜버 "상상도 못 해"
  • 오늘의 상승종목

  • 04.25 10:36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3,832,000
    • -2.53%
    • 이더리움
    • 4,607,000
    • -1.2%
    • 비트코인 캐시
    • 703,000
    • -4.35%
    • 리플
    • 770
    • -2.04%
    • 솔라나
    • 215,900
    • -5.35%
    • 에이다
    • 695
    • -4.4%
    • 이오스
    • 1,378
    • +12.95%
    • 트론
    • 165
    • +1.23%
    • 스텔라루멘
    • 168
    • -1.7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9,900
    • -3.2%
    • 체인링크
    • 21,320
    • -3.53%
    • 샌드박스
    • 681
    • -4.4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