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킨이 뭐길래

입력 2017-03-23 10:53 수정 2017-03-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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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산업2부 기자

치킨의 수난 시대이다. 한창 치킨 가격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비비큐(BBQ) 등 대형업체가 한바탕 공방을 벌이더니 최근에는 브라질발(發) ‘부패 닭고기’ 파문이 일면서 치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치킨의 갑론을박의 시작은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1위인 비비큐가 8년 만에 치킨값을 올리겠다고 하자, 정부가 ‘국세청 세무 조사’라는 회초리를 들면서부터이다. 이때 비비큐는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부에 협력하겠다”는 김태천 부회장과 “인상안 철회는 오보”라는 곽성권 상무의 말이 엇갈리는 해프닝은 비비큐가 여론의 눈치를 얼마나 살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치킨값 인상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다른 식품 인상과 달리 기름에 물 튀듯 민감했다. 배달앱 업계인 ‘배달의 민족’은 비비큐가 치킨값 인상 배경에 배달앱 수수료를 언급하자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은 중간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한동안 본사와 갑질 등의 불공정한 사례를 비판했던 치킨업체 가맹점주들은 가격 인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소비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제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경쟁 시장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치킨 시장이 독점도 아닌데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설명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야 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소비자들은 치킨이 경쟁 시장임을 알고 있다. 가격을 올린 업체가 마음에 안 들면 경제학 논리대로 다른 업체를 선택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경제를 떠나 치킨이 갖는 상징성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1960년 경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등장한 전기구이 통닭은 배고픈 시절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1997년 IMF 때 실직한 가장이 창업으로 선택한 아이템도 치킨이었다. 그야말로 눈물과 설움이 고스란히 담긴 서민 음식이 치킨이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치킨이 워낙 서민적이다 보니 치킨을 외식 메뉴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표했다. 요리법이 화려한 치킨 메뉴들을 보고 있자면 그럴 법도 하다.

구조주의 학자 레비스트로스는 굽거나 튀기는 요리는 탐미적, 사치적 요소를 지니고 있어 그만큼 잘사는 사람들이 하는 문화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나 치킨 업체나 ‘살기 퍽퍽하다’고 외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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